[기고] 영어 교육,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입력 2019-03-20 17:58  

입시 점수용 암기식 영어교육
미래형 일자리 창출 돕지 못해
창의 활동 가능케 역량 키워야

백성기 < 포스텍 명예교수·前 총장 >



어느 젊은 벤처 사업가에게서 들은 내용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벤처 사업가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유치 경쟁에 도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개발자들도 나섰다. 완벽하게 외운 스크립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발표해나갔다. 그들이 소개한 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발표 자료는 세련되고 매끄러웠다. 발표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까지 흡사 스티브 잡스 같았던 발표자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거나 더듬거리며 이미 발표한 내용을 반복할 뿐이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대부분의 한국인 벤처 기업가는 좋은 기술과 사업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해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반면 중국이나 인도의 개발자들은 기술적으로 덜 창의적인 아이템으로도 막대한 투자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위기의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경제 성장을 이어갈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데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꾸리고,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 및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정책은 실효성에 의문만 남기고, 사회적 갈등은 깊어지고 있을 뿐이다. 왜 그럴까.

새로운 일자리는 혁신 성장의 사회적 열매다. 혁신 성장은 개인의 창의적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개인이나 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사회 구성원의 재능과 창의력을 재평가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새로운 일자리, 즉 가치 창출을 일궈낼 재능과 창의력을 갖추고 있는가. 결국은 교육 문제로 귀결되고, 그것이 일자리위원회가 우선적으로 다뤘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는 테드(TED) 강연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교육학자 켄 로빈슨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그 재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창의력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각급학교가 나서야 하는데 대부분 학교는 오히려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하나의 시스템에 가둬놓고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교육을 해 사회에 공급하는 현 교육체제로는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 교육에 혁명적 변화가 절실하다.

창의력은 학생 스스로 찾아 배우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자란다. 따라서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찾아 배우고 익히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영어 구사 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기본 소양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용한 지식과 정보는 영어로 생산·가공·유통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영어 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만 불행하게도 오로지 대입과 취업 경쟁을 위한 점수 획득용 주입식 교육에 매몰돼 있다.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이 각자가 창의적인 활동을 할 만한 수준에 이르도록 영어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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