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프트 투자몰려…내달엔 우버
韓 카풀조차 규제·기득권에 '발목'
[ 추가영/김남영 기자 ] 미국 2위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리프트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자동차산업 판도까지 바꿀 미래형 플랫폼 비즈니스로 주목받으면서 서둘러 투자하려는 수요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에는 세계 1위인 우버도 상장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 규제에다 택시업계 반발에 막혀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우버 같은 본격적인 차량공유 서비스는커녕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 중인 부분적인 카풀 서비스조차 제대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리프트는 투자 수요가 많아 공모 희망가를 62~68달러에서 70~72달러로 올리기로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리프트 주식은 29일부터 나스닥에서 거래될 예정이며 공모가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243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기업인데도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약 25조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상장을 앞둔 미국 2위 차량공유기업 리프트는 지난해 21억6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9억11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처음 공개된 사실이다. 리프트 경영진은 IPO를 앞두고 흑자를 달성하기까지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프트 주식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벌써 대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리프트는 투자 수요가 예상을 크게 웃돌자 27일(현지시간) 공모 희망가를 62~68달러에서 70~72달러로 끌어올렸다.
자동차를 생산하지도, 보유하지도 않고 단순히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운전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243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량공유가 자동차 소유와 이용 방식을 뒤바꿀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로 떠오르면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규제와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산업 전반에 걸쳐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는 패러다임 변화를 지켜만 보고 있는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차량 소유→공유’ 전환 가속
월가에선 리프트 상장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하나의 소비자 생활 플랫폼으로 퀀텀점프(대도약)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1위 기업 우버도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존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이을 미래형 플랫폼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산업 주도권은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가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투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은 이 같은 위기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운전사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 시장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리프트는 로건 그린 최고경영자(CEO)와 존 짐머 회장이 2007년 카풀을 연결하는 서비스인 짐라이드를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짐라이드를 2012년 렌터카업체 엔터프라이즈에 매각한 자금으로 창업한 게 리프트다. ‘대부분 시간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가구당 차량 보유비용은 연평균 95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95%의 시간 동안 주차장에 서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리프트는 “자동차 소유를 줄이겠다”는 핵심 비전을 분명히 했고, 이용자는 2016년 350만 명에서 지난해 1860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 번이라도 리프트를 이용한 사람은 3070만 명으로 미국인의 10%에 달한다. 마켓워치는 “20세기의 차량 소유가 21세기엔 차량 공유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카풀부터 꽉 막힌 한국
리프트 경영진은 IPO 로드쇼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리프트와 우버 등 차량공유 기업의 수익 개선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리프트는 포드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이 리프트 앱과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구글 스트리트뷰 담당 엔지니어링디렉터 출신인 루크 빈센트를 영입해 300명 규모의 자율주행 기술팀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공유 기업들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차량을 운행하게 되는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갖은 규제에다 택시업계와의 갈등 탓에 헛바퀴만 돌고 있다.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우버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2015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뒤에도 갈등을 빚고 있다. 극한 시위가 계속됐고 카카오모빌리티, 풀러스 등 카풀업체를 상대로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차량공유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리프트 상장은 지금이 모빌리티(차량공유·자율주행) 시장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모빌리티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에도 부족한데 한국은 지지부진한 갈등 상태에 빠져 있다”고 답답해했다.
추가영/김남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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