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政經분리 분명히 하고…민간 만남 늘려 신뢰부터 회복해야"

입력 2019-04-07 17:45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양국 갈등 풀 해법은…
전문가들의 제언



[ 이태훈/김채연/성수영 기자 ]
“한·일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분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 인사와 재계 리더들이 어떤 형태로든 교류를 강화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1.5 트랙’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교가에서는 정부 간 교류를 1.0 트랙, 민간 교류를 2.0 트랙이라고 하고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1.5 트랙이라고 부른다. 정치권에서 비롯된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기업, 학계, 전직 관료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주도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도 관계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언급된다.


“국교 수립 후 관계 최악”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는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해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인 것 같다”고 했다. 신 전 대사는 “한·일 관계는 북핵문제 등 동북아 안정이나 양자 간 경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본제철(옛 신닛테쓰스미킨)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1월 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압류 신청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일본의 요청에 응할지 검토 중”이란 입장만 내놨다. 신 전 대사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이 우리 내부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가 먼저 입장을 내놓기 전에는 양국 관계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민관이 같이 참여하는 1.5 트랙 협의체 등을 정례화해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 각료 회담, 국회의원 교류 등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PTPP ‘지렛대’ 될까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인 것을 넘어 경제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익 관점에서 한·일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 내부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국제통상 분야의 글로벌 위상이 과거보다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시 말해 우리 편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 경제도 한꺼번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양국 간 불문율처럼 지켜졌던 ‘정경분리’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제가 악화되고 있고 한·중 관계도 썩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마저 틀어지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며 “경제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일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CPTPP 가입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멕시코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은 회원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CPTPP 가입을 사실상의 한·일 FTA 체결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상당국은 CPTPP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PTPP 가입을 서두르면 한국 에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가입하겠다고 하면 일본이 무리한 가입 조건을 내세울 수도 있다”며 “‘양국이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태훈/김채연/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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