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여성감독들 흥행 파워…'말모이' 이어 '돈' '생일'도 돌풍

입력 2019-04-09 17:34  

박누리 감독 '돈' 316만명 찾아
이종언 감독 '생일'도 인기 예감
연초 엄유나 감독 '말모이' 성공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 살려내
올 영화시장 이끌어갈지 주목



[ 유재혁 기자 ]
여성 감독 박누리의 데뷔작인 범죄영화 ‘돈’이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개봉한 범죄영화 ‘돈’은 9일 316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여성 감독 작품 중 최고 흥행이다. 역대 여성 감독 작품 중엔 흥행 3위다. 총제작비 8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이다. 지난 3일 개봉한 여성 감독 이종언의 드라마 ‘생일’도 6일간 41만 명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 1월 개봉한 엄유나 감독의 시대극 ‘말모이’(286만 명)도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영화계에 여성 감독의 흥행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 2007년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1만 명)이 히트한 뒤 10여 년간 여성 감독들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장편 상업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여성 감독이 늘고 있다. 지난해 이언희 감독의 코믹범죄극 ‘탐정:리턴즈’가 315만 명을 모았고,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150만 명), 이지원 감독의 저예산영화 ‘미쓰백’(72만 명)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현장경험 쌓은 ‘중고 신인’ 많아

이들 중 국내 대표적 흥행 감독인 임순례 감독을 제외하곤 충무로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중고 신인’이 많다. 박누리 감독은 2010년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조감독을 비롯해 ‘베를린’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의 조감독을 했다. 학창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현장에 뛰어들어 연출부, 스크립터, 각색 등을 두루 거쳤다. 엄유나 감독은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 각본을 써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스크립터, ‘시’ 연출부 등을 거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기 출신인 이언희 감독은 데뷔작인 멜로 ‘ing’와 ‘어깨너머의 연인’ ‘미씽:사라진 여자’ 등을 연출한 뒤 ‘탐정:리턴즈’로 흥행 감독 대열에 올랐다. 이지원 감독은 2000년 ‘번지점프를 하다’ 연출부 출신으로 독립영화 ‘그녀에게’를 연출한 뒤 ‘미쓰백’으로 흥행에 처음 성공했다. 영화홍보사 엔드크레딧의 박혜경 대표는 “예전에는 여성 감독들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연출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상업영화 연출부를 경험한 뒤 메가폰을 직접 잡기 시작했다”며 “멜로뿐 아니라 범죄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 감독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인간관계에 대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을 풀어낸 덕분이다. ‘말모이’는 한글 사랑이 왜 중요한지를 글을 못 읽는 캐릭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생일’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경을 절절하게 묘사했다. ‘돈’은 욕망의 함정에 빠진 이들의 생리를 잘 보여줬다. 투자배급사 엔이더블류의 양지혜 팀장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남성 중심 서사에 대한 피로가 증가한 데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대중의 취향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도 여성 감독 영화들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여성 감독 작품 평균 관객수도 증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감독 작품의 평균 관객 수는 59만3319명으로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까지 포함해 여성 감독들의 영화는 총 10편이었다. ‘극장판 뽀잉:슈퍼 변신의 비밀’(정미화), ‘나비잠’(정재은), ‘덕구’(방수인),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미쓰백’(이지원), ‘번개맨의 비밀’(강유선), ‘소공녀’(전고운), ‘영주’(차성덕), ‘탐정:리턴즈’(이언희), ‘폴란드로 간 아이들’(추상미) 등이다. 이 중 ‘리틀 포레스트’와 ‘미쓰백’은 여성 감독의 여성 서사일 뿐만 아니라 핵심 창작인력의 과반수가 여성이었다.

한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여성 감독들이 성과를 입증한 만큼 앞으로 여성 감독 영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작품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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