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서 한국·미국에 쓴소리한 김정은 "연말까지는 인내심 가질 것"

입력 2019-04-13 20: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미북회담에 대한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릴 것이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그러나 "제재해제 때문에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을 가상한 시험과 한미군사훈련 재개 움직임 등이 '노골화'되는 것에 "매우 불쾌"하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해서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남측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도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향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에 어려움을 예고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해 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회의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글자 수로 1만8000여 자에 달했다.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가 낭독한 시간을 기준으로 47분 분량이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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