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기업 줄줄이 실적쇼크…"2분기엔 영업益 10兆 줄어들 것"

입력 2019-04-25 17:55  

기업 실적도 '악 소리'
1분기 참담한 성적표

글로벌 경기둔화에 맥 못추고 이익 크게 감소
삼성전자·물산, LG화학·디스플레이 등 고개 숙여



[ 송종현 기자 ]
1분기 경제 역(逆)성장은 기업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업종 ‘간판 기업’들이 1분기 쇼크 수준의 실적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3분의 1이 발표 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적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D램 시황 악화로 68.7% 쪼그라든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시장에선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 더 나빠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 등을 감안해 연초부터 1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빠르게 낮췄다. 실적시즌 개막 직전인 지난 1일 기준으로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총 29조5353억원으로, 3개월 전(36조7012억원)보다 19.5% 낮아졌다.

그런데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성적표’가 낮춘 눈높이에 훨씬 미달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정보기술(IT), 화학, 2차전지, 건설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업종 내 대표 기업 상당수가 부진한 성적을 내놓고 있다.

잘나가던 2차전지까지 적자전환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기업(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확정치가 발표 전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줄어든 곳은 삼성전자 LG화학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와 LG화학의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과 2753억원으로 컨센서스를 각각 12.7%, 14.5% 밑돌았다.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51.5% 적은 1051억원에 머물렀다. 발표 전 9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이 13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력 기업의 실적 악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 컸다. 중국 성장률이 1분기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왔지만 IT 등 주요 제품의 수요 감소는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면서 모바일용 반도체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LG화학은 작년 4분기 국제 유가가 최고 배럴당 76.9달러(서부텍사스원유 기준)에서 최저 42.3달러로 급락할 때 싼값에 구입해둔 원료를 생산설비에 투입하면서 비용감소 효과를 봤는데도 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타격을 받았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부문이 적자 전환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LG화학 전지사업부는 올초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한 정부 측 조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것에 대비해 충당금 1000억원을 쌓았다. 이 영향으로 147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물산은 해외건설사업에서의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해외 플랜트 신규 수주 부진으로 건설부문 매출이 2.5%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 프로젝트 관련 중재소송에서 패소하면서 7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은 악재도 터졌다.

車·철강 선전했지만…

자동차와 철강은 1분기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와 신차 ‘팰리세이드’ 돌풍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21.1% 증가한 82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발표 전 컨센서스(7702억원)보다 7.1% 많은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20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1% 감소했다. 그러나 컨센서스보다 3.7% 웃돌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철광석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전문가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 급등은 탄소강 마진을 큰 폭으로 축소시키는 요인”이라며 “중국 내 생산 확대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도 있어 2분기엔 부진한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2분기도 최악 실적”

기업들의 실적 악화 흐름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곳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총합은 19조6470억원으로, 1년 전(32조2339억원)보다 39.0% 감소할 전망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 각각 1년 전보다 50%, 80% 줄어들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이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할 경우 하반기부터 전체 상장사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내내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하향 조정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특성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는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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