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대란 코앞인데…정부·지자체 '핑퐁'만

입력 2019-05-09 17:46  

주 52시간發 파업 초읽기

정부 "버스료 올려 해결을"
지자체 "정부가 책임져라"



[ 추가영/양길성 기자 ] 전국 주요 도시의 ‘버스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버스노조들이 9일 96.6%란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사 협상이 안 풀리면 오는 15일 전국 버스 4만5000여 대 중 절반에 가까운 2만여 대가 운행을 멈춘다.


버스대란의 시발점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다. 버스업체에 1년간 적용된 특례가 7월 1일부터 풀리면서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회사 운전기사들의 근로시간은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말까지 추가 인력 1만5000여 명이 필요한데도 지난해 7월 이후 신규 채용자는 1250명에 불과하다”며 “이대로 가면 버스 운행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도 문제다. 자동차노조연맹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은 월평균 346만원으로 기본급(169만원) 비중이 49%밖에 되지 않는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초과근무수당 등의 감소로 임금이 약 30% 줄어든다. 버스노조들은 △신규 인력 채용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실질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회사들은 노조 주장대로 운전기사를 충원하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 300~400원의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인천 등 지자체들은 준공영제로 연간 수천억원을 버스회사에 쓰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주 52시간제를 주도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버스요금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지자체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버스 문제는 이미 예고됐는데도 지난 1년간 정부와 지자체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며 “재정 지원이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막판에 국민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1兆 드는 주52시간 밀어붙이고…요금 올려 '버스대란' 막겠다는 정부

버스 파업이 노조의 압도적 찬성으로 9일 가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8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파업 찬반 투표에서 96.6%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남, 창원, 청주, 경기도 광역버스 등 총 9개 지역 193개 사업장의 버스 운전기사들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노사 합의가 결렬되면 오는 15일부터 전국 버스 234개 노조, 4만1000여 명의 노조원이 파업에 참여해 2만여 대의 버스가 운행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앞서 기사를 더 채용하고, 초과 근무 수당이 깎이면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요금 인상을 권고하는 것 외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버스 파업으로 인한 불편도, 버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도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 형국이다.

“기사 1만5000명 추가 채용에 7000억원”

버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 초과 근무 수당이 깎여 월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 수준으로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이번 파업은 조합원의 생활 수준과 임금 수준에 관련된 생존권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노총 산하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버스업계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신규 채용해야 하는 기사는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급여를 주는 데 7300여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기존 버스 기사 9만5000명에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을 보전해주려면 2700억원이 더 들어간다는 추산이다.

버스 노조는 7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1인당 최대 월 11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버스업계에 대해선 1년 동안 유예했다. 이 유예가 풀리면서 올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버스 업체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버스업체로 주 52시간제가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버스 기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노조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유지하더라도 월 3~4일 정도 근무시간이 줄고 임금도 월 80만~110만원 정도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방 버스 노조는 이와 함께 서울시 버스 기사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 회사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간 요금이 동결돼 여력이 없고 지자체도 준공영제 시행 등으로 지원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자체, 요금 인상 ‘핑퐁게임’

버스 회사들은 인건비가 수익을 넘어서 감당할 수 없다며 노조 요구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국 버스 업체 530여 곳이 속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버스 업체들은 경영난으로 요금 인상과 특별재정 지원 등을 이미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이날 “정부와 지자체 재원으로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워 버스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놓고 버스 기사 신규 채용에 최대 80만원, 기존 근로자에게 최대 4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연간 1조3000여억원에 달하는 대중교통 환승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은 그러나 중앙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는 일부 장기 노선을 제외하곤 주 52시간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추가 인력도 채용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300인 이상의 버스 업체 21개가 몰려 있는 경기도의 이재명 지사는 “서울 인천 등과 환승 할인 문제가 연결돼 있어 경기도만 버스 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국토부의 버스 요금 인상 요청을 거절했다.

전문가들은 강원도 등 임금 감소분이 현격히 큰 지역에 일시적으로라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장시간 초과 근무로 메워온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은 임금 감소분이 크다”며 “이 같은 일부 지역만이라도 중앙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영/양길성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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