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버스요금 올려도 늘 '적자 수렁'…인상→적자→시민 부담 '악순환'

입력 2019-05-14 17:16   수정 2019-05-15 08:28

뉴스래빗 #팩트체크 :) '버스 총파업'
△ 요금 인상→적자 반복→다시 시민 부담

▽ 경기버스 8년 새 50% 인상 현실화
▽ 운송원가 대비 수입 '반짝 효과'
▽ 입사 1년 미만 운전기사 절반 '퇴사'
▽ 버스요금 올려도 다시 '적자 수렁'




2019년 5월, 전국 버스 총파업에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총파업 돌입 시점인 5월 15일 새벽 4시를 목전에 두고 서울, 경기, 부산, 경남 창원, 충북 청주 등 전국 주요 지역 총파업은 가까스로 멈춰섰습니다. 하지만 경남 울산 등 타결에 실패한 일부 지역 첫차는 우려대로 멈춰섰습니다.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한 곳도 있지만, 경기도는 '파업 유보' 상황입니다. 총파업의 여진, 즉 시민의 발인 버스가 멈춰설 가능성은 아직 남았다는 뜻입니다. 전국 버스가 '총파업'을 내걸고 벼랑 끝 협상에 나선 초유의 사태입니다.

총파업 명분은 2019년 7월 1일부터 버스업계에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입니다. 버스기사의 근무 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버스 운전기사가 더 필요하고, 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은 더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버스업계는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시 '돈'입니다. 부족한 임금과 인력의 규모가 큰 만큼 서울시 등이 도입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자고도 주장합니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버스업계들은 안정적으로 재정 확보할 수 있어서 운전기사에게 안정적 월급 형식으로 임금을 줄 수 있습니다.

버스 파업의 용광로는 경기도입니다. 경기도는 1만대에 달하는 시내버스가 운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로 광역버스 589대, 버스기사 1300여명이 총파업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시내버스 요금 200원, 직행좌석버스 400원 인상을 전격 확정 발표하면서 총파업 돌입은 유보됐습니다.

결국 시민 부담인 요금 인상으로 '버스 대란'은 피한 겁니다. 시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안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뉴스래빗은 '버스 총파업'의 이유와 원인 그리고 구조적 문제를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팩트체크합니다. 경기도 버스업계가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버스업계가 내놓는 요구사항이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일지, 요금 인상만이 결국 문제의 해법일지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으로 확인해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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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교통국은 매년 버스운송조합의 일반 및 재무현황을 공개한다. 인력 및 장비 현황과 더불어 한 해간의 운송수익과 비용도 조사해 보고서를 만든다.

뉴스래빗은 경기도가 온-나라 정책연구 포털에 공개한 버스운송조합 조사 보고서를 분석했다.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2013~2018년분 자료를 모두 모았다. 경기도에서 영업 중인 버스 회사 71곳의 기사 수 및 차량 수를 데이터화했다. 업체, 버스 종류, 근속년수별 인원 수 변화와 차량 수 변화를 알 수 있다.

"요금 인상 필요" 정부 주장
운송원가 대비 수입 '반짝 효과'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버스 업계의 열악한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속 주장합니다. 시내버스 요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매우 예민한 문제인데요.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까지 요금을 올리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뉴스래빗 분석 결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도가 보고서에 공개한 버스업계 운송수입과 운송원가를 비교해볼까요. 운송수입은 경기도 버스 회사 71곳이 버스 요금을 받아 번 돈이고, 운송원가는 버스를 굴리기 위해 드는 돈입니다.

시내버스 운송수입에서 원가를 빼보니, 요금 인상 효과는 일시적인 '반짝 효과' 뿐이었습니다. 경기버스는 2015년 6월 한 차례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했는데요.



요금 인상 전인 2015년까지 경기도 시내버스는 운송에서 적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2013년 605억원, 2014년 709억원, 2015년 810억원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그러다 2015년 요금 인상 이후 운송수입이 원가를 뛰어넘었습니다. 요금을 올렸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2015년 요금 인상 후 나아지던 운송수입이 2018년 다시 마이너스가 됐다는 점입니다. 2018년 경기버스는 버스요금으로 1조6814억여원을 번 반면 운행에 1조7124억여원을 썼습니다. 요금을 올리고 2년여 나아지나 싶더니 다시 적자로 돌아선거죠. 요금 인상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증명입니다. 버스 요금을 올려 이 상황을 매듭짓는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2~3년 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버스요금 올려도 적자는 반복
8년 새 50% 인상 현실화
결국 다시 시민의 부담



"요금 계속 올리면 버스업계의 적자는 사라질까?"

뉴스래빗이 '경기버스 총파업' 관련 #팩트체크를 진행하며 고민한 지점입니다. 팩트체크 결과는 버스요금을 계속 올려도 버스업계 적자는 반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경기버스는 2011년에도 일반 시내버스 요금(이하 현금기준)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오가는 직행좌석버스 요금은 1800원에서 2100원으로 올린 바 있습니다.

다시 2012년 시내버스 1100원 요금은 12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또 다시 3년이 지난 2015년 시내버스 1200원 요금은 1300원으로 다시 100원이 올랐습니다. 동시에 직행좌석버스 요금은 2100원에서 2500원으로 400원이나 인상됐습니다.

종합해보면 경기도 시내버스 요금은 2011~2019년 5월 파업 전까지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이미 30%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직행좌석버스 요금은 1800원에서 2500원으로 38.8%가 올랐습니다.




어김없이 2019년 5월 전국 버스 총파업은 다시 요금 재인상이라는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습니다.

5월 14일 버스 파업의 용광로인 경기도의 이재명 지사는 시내버스 요금 200원, 직행좌석버스 400원 인상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앞서 경기도를 포함한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에 버스요금 200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요금을 200원 혹은 400원 더 올리면 경기도 버스업체의 만성적자를 채울 재원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시 경기도 시내버스는 1500원으로 요금이 뜁니다. 이는 2011년 인상 전과 비교할 때 8년 새 500원, 즉 요금이 50% 오르는 급격한 인상 폭입니다.

데이터 상에서 요금 인상과 버스업계의 수익 향상, 그리고 요금의 원가 공방은 분명 상관관계를 그립니다. 2016년의 사례처럼 버스요금이 오르면 버스업계의 수익은 순간 적자에서 흑자로 개선됩니다. 오르는 버스이용 원가보다 수익이 더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버스 적자는 반복됩니다. 경기버스는 2011년, 그리고 2012년 요금을 2년 연속 인상했지만 2013~2015년까지 800억원대까지 적자의 깊은 수렁에 빠졌습니다.


다시 2015년 요금 인상을 통해 2016년 51억6839만원 적자로 적자폭을 750억원 가까이 줄였습니다. 그러다 2017년엔 요금원가를 제외하고도 448억원에 달하는 흑자로 돌어섭니다. 그러다 2018년 다시 어김없이 309억원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다시 2019년 경기버스는 200원 요금인상을 재요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올해와 내년 경기 버스업계의 적자폭은 확 줄어들 겁니다. 2020년엔 2017년처럼 버스업계 수익이 흑자로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러다 2년 뒤 혹은 3년 뒤 적자가 다시 반복되면 요금 재인상을 요구하며 또 총파업을 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기시민은 이미 지난 8년 간 시내버스 요금 30% 인상, 직행좌석버스는 38.8% 인상 요금을 감내해왔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요금 인상 발표로 이젠 8년 전 대비 50% 요금 인상이 눈 앞의 현실이 됐습니다.

요금 인상은 결국 2~3년 간 적자 감소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이는 국내 버스업계의 근본적 체질 변화 없인 시민 부담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총파업이 '언발에 오줌 누기식' 요금 인상에만 그치지 말고, 버스업계의 근본적 적자 구조를 해결할, 뼈를 깎는 성장통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시내버스 1만대, 기사 1만7천명
1대당 기사 2명 채 안 된다




그렇다면 버스업계의 적자 지속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뉴스래빗이 그 원인을 진단할 몇 가지 데이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경기도엔 총 1만2687대 버스가 있습니다(2018년 보고서 기준). 그 중 시외·공항버스 등을 제외한 1만767대가 시내버스입니다. 전체의 84.8%로 대부분을 차지하죠. 일반 대형(앞·뒷문이 있는 일반 시내버스)이 6184대로 대다수입니다. 경기도민의 출퇴근을 돕는 직행좌석버스가 1960대로 뒤를 잇습니다.


버스 기사 수는 2018년 기준 총 2만1501명입니다. 버스 수에 비하면 많지 않습니다. 시내버스만 떼어놓고 보면 두드러집니다. 시내버스 기사는 총 1만7502명. 차량(1만767대) 1대당 2명도 배치할 수 없는 수입니다. 일반 대형(6184대, 기사 1만495명), 직행좌석(1960대, 기사 3166명), 일반 중형(1770대, 기사 2512명)을 막론하고 기사 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초록 버스' 기사 2:1 이상 3곳 뿐
'빨간 버스'도 대동소이


회사별로 살펴봐도 버스 1대당 배치할 수 있는 기사 수가 2명에 못 미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버스 종류에 따라 규모 차이가 있으니 '초록버스(시내 일반 노선버스)'와 '빨강버스(광역·급행·순환·좌석버스 등)'로 나눠 살펴볼까요.



2018년 기준으로 버스 1대 당 기사 2명 배치가 가능한 초록버스 회사는 서울고속·부천버스·도원교통 세 군데 뿐이었습니다. 빨강버스에는 보영운수·삼영운수·연천교통·신성여객·코레일네트웍스 다섯 회사만 1대에 2명 이상 배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버스회사의 기사 수는 버스 1대당 1.5~1.7명에 불과합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초록버스와 빨간버스 모두 버스 1대당 기사 수가 71개 회사 평균 1.6명 정도입니다.

버스 1대당 기사 1명도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남시 최대 버스회사인 성남시내버스 빨강버스는 차량 1대당 0.72명밖에 갖추지 못했습니다. 인천에서 안양을 오가는 직행좌석버스 두 노선(8847·8848번)을 운행하는 태화상운은 빨강버스 한 대에 0.56명으로 더 심각합니다.
입사 1년 미만 기사 절반 '퇴사'
매년 반복되는 물갈이, 인력난 핵심


경기도 버스업계는 파업 결의 당시 정부에 인력 충원을 요구했습니다. 경기도에 소재한 버스회사 71곳의 인력 상태는 어떨까요.


보고서는 각 버스 회사 기사 수를 근속년수별로도 나눠 공개합니다. 2018년 최신 근황을 살펴보니 입사 1년 미만인 기사가 가장 많습니다. 전체 2만1498명 중 5856명, 27.2%로 비중이 가장 높았죠. 2017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기사 2만1491명 중 1년 미만 기사가 5550명이었습니다.

여러 해 보고서를 모아놓고 보니 '입사 첫해 퇴사자 비중'이 보입니다. 2017년 입사 1년 미만인 기사는 5550명이었습니다. 1년 후인 2018년 근속 연수가 '1년 이상'으로 올랐을 이들 기사 수는 3234명에 불과합니다. 불과 1년 만에 2316명이 퇴사했네요.



이런 추이는 과거부터 계속 반복돼왔습니다. 2015년 새로 들어온 5566명 중 2034명이 2016년 퇴사했고, 2016년 입사한 5706명 중에서도 2197명은 2017년 퇴사했습니다. 2013년에도,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죠.

경기도 버스 회사들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직장'임이 확인됩니다. 요금 인상으로, 국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버스 기사를 충원한다 해도, 그들이 1년 후에 남아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뜻입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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