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상속·증여세는 기업가정신 파괴…회사 키우기가 무섭다"

입력 2019-05-26 18:06  

이민·폐업 부추기는 상속·증여세

'상속·증여세 이대로 좋은가'
한경 긴급좌담회



[ 김익환/김우섭 기자 ] “지금의 상속·증여세제는 기업가정신을 파괴할 뿐이다.” “일본이나 독일의 명문 장수기업이 국내에선 나올 수 없다.” “투자를 확대하거나 사람을 뽑아 기업을 키울 이유가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4일 ‘상속·증여세 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연 긴급좌담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면 중소·중견기업인의 ‘상속세 폐업’과 해외 이민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이날 좌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가업상속TF)’ 소속 김병욱 의원과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심기 정치부장=현행 가업상속공제는 까다로운 요건 탓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송공석 대표=요즘 기업인들의 최대 고민은 ‘회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언제쯤 회사 문을 닫아야 하나’라는 얘기가 많다.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어려움이 크다.

▷김준동 부회장=대부분 기업인이 자신이 세운 회사를 100~200년 장수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행 상속세제가 기업이 축적한 자산과 기술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장수기업이 3만3000개에 달하는 반면 우리는 8개에 불과하다.

▷조병선 원장=회사를 키우려는 기업인들의 의지가 꺾이고 있다. 상속세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를 팔겠다는 기업인을 많이 본다. 상속세로 본인이 일군 자산의 절반 이상을 내면 경영권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 부장=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송 대표=최고 65%에 달하는 상속세율이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일구는 기업가정신이 꺾이고 있다.

▷김병욱 의원=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기업을 일구는 사람을 위한 유인책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에 돈을 묵혀두는 기업인보다 투자하고 상속하는 기업인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배원기 교수=현재의 상속·증여세제는 기업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나 소득을 더 많이 올릴 근로 의욕을 감소시킨다.

▷이 부장=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지 않나.

▷송 대표=비현실적이다.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은 10년이다. 이 기간엔 업종도 바꿀 수 없고, 근로자 한 명도 줄여서는 안 된다. 업종 전환은커녕 주력 상품만 바꿔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동시에 상속세 폭탄을 맞는다. 누가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나.

▷김 부회장=고용유지 조건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게 7년이다. 그 정도로 줄일 거면 하지 않는 게 낫다. 고용 유지 조건도 근로자 수가 아니라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부장=기업들이 과도한 세 부담을 피하려고 편법을 쓴다는 얘기도 있다.

▷송 대표=주변 기업인을 보면 우회적 상속 수단을 찾는 경우가 있다. 자녀 명의로 회사를 세운 뒤 본인 회사의 일감을 넘겨주고 나중에 자기 회사를 폐업한다. 기업인 스스로 한심한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김 부회장=독일과 일본은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한 사후관리 요건을 기업 현실에 맞게 설정했다. 섬유업체가 다음 세대에서 정보기술(IT) 회사로 탈바꿈하는 등 업종전환 제한도 없다. 우리만 다 묶어 놨다.

▷이 부장=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된다는 부정적 여론도 있다.

▷조 원장=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상속세 체계에도 그런 인식이 반영됐다.

▷김 부회장=투자와 ‘가업상속’보다는 ‘기업승계’로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사업승계’, 독일은 ‘기업승계’라고 한다. 두 나라는 기업승계를 국가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고 보고 배려한다.

▷송 대표=무엇보다 현행 세제가 기업인에게 징벌적이다. 기업인을 잠재적 탈세자로 보고 있다.

▷김 의원=제도를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물려받는 2세의 자질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사주조합과 직원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때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장=민주당과 정부도 가업승계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현행 3000억원 미만인 상속·증여세 감면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100% 유지해야 하는 요건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원장=기업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명문 장수기업으로 이어가는 것을 도와야 한다. 중견기업은 ‘사세를 키우면 징벌적 처분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김 의원=인정한다. 기업이 돈을 쥐기만 하고 풀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투자도 하고 법인세도 내야 한다. 창업가인 최대주주가 투자를 해 회사를 키우더라도 막상 상속할 때는 규모가 클수록 높은 할증률을 적용받는다. 상속세 할증률의 부작용이 크다.

▷김 부회장=가업상속공제 제도 혜택을 받는 매출 요건을 현행 3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까지 늘려야 한다. 매출 3000억~1조원인 기업이 700~800개에 이른다.

▷송 대표=공제 대상 기준을 매출 대신 순자산으로 바꿨으면 한다. 매출로는 회사 규모와 실속을 가늠하기 어렵다. 매출이 커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서다.

▷이 부장=높은 세 부담에 폐업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기업인이 늘고 있다.

▷배 교수=이미 상위 10%의 소득세율 분담 비중이 80%에 달한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의 절반 가까이를 내고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증세에는 한계가 있다. 고율의 소득과세는 자산 해외도피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조 원장=상속세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웨덴은 진보 정권이 들어선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기업이 과도한 세금 부담에 못 이겨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폐지한 것이다. 복지가 발달한 국가가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속세를 폐지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의원=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소득세율은 낮고 상속세율은 높은 편이다. 성장동력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소득세율을 올리고 상속·증여세를 없애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배 교수=투자와 고용을 진작할 수 있도록 고액자산가의 상속세를 줄이는 대신 소득세 징수 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

▷송 대표=기업인들이 공익법인(재단)에 주식을 증여할 때 비과세 한도도 높여야 한다. 재단을 세워 사회에 떳떳하게 기여하는 길을 터줬으면 한다.

정리=김익환/김우섭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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