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림프종 면역세포 치료제 임상 2상…희귀·난치병 정복에 도전"

입력 2019-05-30 17:15  

K바이오 프런티어 - 김태규 바이젠셀 대표

림프종·백혈병 면역세포 치료제
2023년 상용화 기대



[ 박상익 기자 ]
“바이젠셀은 림프종과 백혈병 등에서 오랜 시간의 연구자 주도 임상 경험을 지닌 회사입니다. 기술적 가능성 하나만 믿고 창업한 회사들과는 다르다고 자부합니다. 의과대학 출신인 우수한 연구진이 임상에 관한 상당한 노하우를 가졌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바이젠셀은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면역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이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진과 가톨릭대 기술지주사, 보령제약이 힘을 합친 산·학·연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태규 바이젠셀 대표(61)는 “보편적이고 환자들이 많은 질병에 무작정 도전하기보다 희귀·난치병 치료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겠다”며 “향후 다양한 암 치료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면역치료 1세대

김 대표는 1983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석사와 박사학위도 같은 학교에서 취득했다. 회사도 가톨릭대 기술지주회사 1호 자회사로 창업한 ‘원 클럽 맨’이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꾸준히 면역학을 공부했다. 신체에 침입한 외부 물질에 대한 체내 방어 체계인 면역에 흥미를 느끼고 면역을 공부하면 많은 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후 기초의학교실에 재직하며 어렵게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들이 재발로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면역세포 치료법을 익히기로 결심했다. 1995년 연구교수 자격으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주드 병원에서 연구를 본격화했다.

당시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T세포를 활용한 면역세포 치료가 활발해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T세포 치료의 대부 격으로 불리는 맬컴 브레너 교수로부터 선진 치료 기술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전임상 연구를 주로 하는 국내 의학계의 흐름과 다르게 임상 연구를 계속했다. 기초 연구도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재발률 높은 림프종·백혈병 연구에 주력

NK·T세포 림프종의 주요 발병 원인은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다. EBV는 동양인 10명 중 9명의 몸속에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정상 면역체계를 갖춘 사람에게선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나 면역체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EBV가 악성 림프종을 일으킨다. 이 병은 표준 치료법이 없는 데다 치료에 성공해도 재발 확률이 높다. 재발하면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아 사망률이 높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도 의학계의 난제 중 하나다. 고위험군 환자들은 어렵게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구해 이식하더라도 재발률이 30~50%에 달한다. 이 또한 재발 시 치료가 쉽지 않아 환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다.

바이젠셀은 발병 빈도가 높은 질환보다 희귀·난치병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발병 빈도는 낮지만 난치성 질병을 정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다양한 질병 치료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바이젠셀의 전략이다. 김 대표는 기술력이 단순한데도 너무 방대한 질병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다른 회사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김 대표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세계적 수준인 서울성모병원에서 수많은 백혈병 환자를 지켜봤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했는데도 세상을 떠난 환자들을 보며 그는 기초연구를 임상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학교에서 연구만 하면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어 회사를 창업했다.

2023년 치료제 생산 목표

바이젠셀의 면역항암제는 암 항원에 반응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배양한 뒤 환자에게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다. 환자 및 정상인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독성T세포(CTLs)를 배양하고 이를 표적 항원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바이젠셀이 개발하는 면역항암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 시스템을 활용해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만 골라 없앨 수 있어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부 세포는 환자의 몸에 남아 재발을 방지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 플랫폼 기술로 NK·T세포 림프종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젠셀의 림프종 치료제인 ‘VT-EBV’는 2017년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임상 2상 완료 후 조건부 허가 취득이 목표다. VT-EBV는 연구자 주도 임상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미국 유전체세포치료학회 공식 학술지인 몰레큘러 테라피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항암치료 및 자가이식을 받은 NK·T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VT-EBV를 투여한 결과 11명의 환자가 모두 생존하고 5년 무병 생존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VT-Tri’도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IND를 제출했다. 면역억제세포 중 골수유래면역억제세포(MDSC)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세포 대량 배양 기술을 갖고 있다. MDSC는 조혈모세포를 공여한 사람의 T세포가 환자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바이젠셀은 MDSC도 연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바이젠셀의 임상은 해외와 비교해도 속도가 뒤처지지 않고 적응증이 구체적이어서 2023년께 치료제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젠셀의 파이프라인은 맞춤형 치료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 관광객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조혈모세포 이식이 세계에 잘 알려졌기 때문에 바이젠셀의 치료법이 증명되면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NK·T세포 림프종 환자를 치료하던 한 벨기에 의사가 바이젠셀의 논문을 보고 투여 여부를 물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연구 지속 위해 창업

김 교수가 회사를 처음 세운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창업한 옥셀바이오메디칼이 바이젠셀의 전신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창업하기까지 많은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로 바이오업계엔 찬바람이 불었다. 가톨릭대 재단은 그해 100억원을 출연해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세웠다.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에 종교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자 그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치병을 치료하라는 과제가 가톨릭대에 주어졌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도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을 충족하는 세포 생산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회사의 기반이 되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와 악성림프종 치료를 위한 임상 연구를 하게 됐다.

김 대표가 2013년 가톨릭대 산학협력실장을 맡을 무렵 한 가지 과제가 떨어졌다.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였다. 막상 기술지주회사를 세우고 나니 자회사가 필요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자신이 하던 연구의 지속을 위해 옥셀바이오메디칼을 설립했다. 이듬해 바이젠셀로 사명을 바꾸고 2016년 보령제약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고 투자 유치 활동을 하면서 안정적이고 회사의 미래를 같이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투자자를 물색했다”며 “이 점에서 보령제약과 뜻이 맞아 투자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310억원이다.

김 대표는 연구자이자 경영인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세포치료제는 맞춤형 치료라는 특성으로 인해 의료 기술과 의약품의 중간지대에 있다. 따라서 기존 제도와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1000명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검사와 단 한 명에게 필요한 치료제에 대한 검사 모두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이런 환경을 바꾸려면 해당 분야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먼저 자료와 경험을 축적해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 많은 예산을 배정해 신약 심사나 규제 개혁에 전문가들이 투입되지만 한국은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애로사항 중 하나다. 바이젠셀은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맞춤형 치료제뿐만 아니라 기성화한 치료제의 개발 계획도 갖고 있다.

내년 코스닥상장 추진

보령제약은 2017년 바이젠셀을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최근 바이젠셀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면서 지분을 41.3%에서 30% 선으로 낮췄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로, 자산 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중소기업의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바이젠셀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임상 시험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파이프라인 확대다.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KB증권과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말 기술성 평가를 준비할 계획이다. 상장 목표 시점은 내년 중반이다.

바이젠셀은 파이프라인의 개발 과정에서 임상 2상 완료를 1차 목표로 세우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3상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안정적인 기술력 확보를 우선시했다. 일단 임상 2상까지라도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나 기술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희귀 질병의 경우 임상 2상까지만 성공해도 조건부 시판이 가능하다”며 “이 단계까지 잘 성장하면 3상에 도전하거나 기업 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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