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상하는 지상낙원의 '끝판왕'…이곳은, 몰디브

입력 2019-06-02 15:20  

여행의 향기

인도양의 꽃, 몰디브

먹고 쉬는 자유의 섬…몸과 마음은 어느새 '힐링'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 있다. 여름 휴가철이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가 들어선 곳. 완전한 자유,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천국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책을 들고 나가 태양 아래 비치 파라솔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곤해질 때까지 독서를 하거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며 일상을 털어버리고 싶은 곳. 그곳은 바로 몰디브다.

엄격한 이슬람 리조트 내에서도 모든 것 가능

몰디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푸른 바다 위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섬. 그리고 그 섬 하나를 온전히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리조트. 우리가 생각하는 낙원의 풍경에 가장 가까운 곳. 하지만 멀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거쳐 몰디브 말레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말레공항에 도착하기도 쉽지 않았다.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항공기는 급상승했다. 폭우와 거센 바람으로 ‘복행’을 지시받은 것. 할 수 없이 하늘을 약 1시간30분 동안 맴돌아야 했다. 말레공항 대기실에 발이 묶여 기다리길 또 두 시간.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리조트로 가는 수상비행기가 출발했다.

몰디브에는 대부분 섬 하나를 리조트 하나가 통째로 차지하는데 여행자들은 스피드보트(쾌속정)와 수상비행기 등을 이용해 목적지 리조트로 간다. 이번 일정에 머무르기로 한 리조트는 수상비행기로 약 25분 거리 떨어진 콘스탄스호텔 체인의 ‘할라벨리’와 ‘무푸시’ 두 곳이다.

몰디브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다. 헌법은 ‘무슬림이 아니면 몰디브 시민이 안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몰디브인은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광객 역시 성경책을 가지고 다닐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술은 당연히 금지.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수영복을 입고 돼지고기 요리에 와인을 마셔도 된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는 그간의 수고를 모두 날려 버릴 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했다. 너무나 찬란해 눈 뜨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는 지금까지의 지독한 20시간의 여정을 2초 만에 포맷시켜 버렸다. 배에서 내려 에메랄드빛 라군 위로 지어진 워터빌라로 가는 나무 데크 길을 걷고 있으니 몰디브에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일찍이 아시아를 탐험한 마르코 폴로는 몰디브를 ‘인도양의 꽃’이라고 칭했다. 그냥 흔한 섬나라가 아니다. 해마다 100만명이 코발트블루의 지상낙원을 경험하기 위해 몰려든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으로 650㎞ 지점 인도양 한가운데 뿌려진 산호섬 1192개로 이뤄져 있다. 몰디브를 ‘꽃의 섬’이라고 하는데 이는 몰디브 구역을 나누는 ‘아톨’(Atol)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산호초 때문이다. 항공기에서 내려다보는 반지 고리 모양의 산호초 섬을 상상하면 된다. 이 거대한 산호초를 이정표 삼아 몰디브는 총 26개, 행정구역상으로는 19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몰디브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개발하는 ‘1아일랜드 1리조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100여 개의 섬에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

매력적인 와인 마시면 이곳이 바로 천국

리조트에서는 오직 놀고 먹고 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마을도 없고 시장도 없다. 여행객과 리조트 직원 딱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하루 세 끼 모두를 리조트에서 먹고 하루종일 리조트 내에서 놀아야 한다. 스노클링과 윈드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거나 백사장에 누워 책을 읽어도 좋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돌고래 워칭을 해도 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다.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가장 즐거운 경험은 스노클링이다. 굳이 배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방 문을 열고 나무 계단 몇 개를 내려가면 된다. 워터빌라 앞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라군이 끝나고 리프가 시작되는 경계점. 리프는 해저 지면이 낭떠러지처럼 급격히 깊어지는 곳을 일컫는다. 멀리서 보면 바다색이 짙푸르게 변하는 곳이 바로 리프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 접어들면 산호 군락 속에 숨어 사는 작은 열대어와 리프 너머에 모여 있는 물고기 떼가 갑자기 다가온다. 리조트는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가서 방 번호와 이름만 대면 아무때나 빌릴 수 있다.

할라벨리 리조트의 또 다른 자랑은 와인 테이스팅이다. 할라벨리 리조트는 ‘2015 와인 스펙테이터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인정받은 와인셀러(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에는 두 개의 와인셀러가 있는데 각각 1000여 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

토템바에서 칵테일 클래스, 불쇼는 덤

할라벨리 리조트에서 스피드보트로 약 20분 떨어진 콘스탄스 무푸시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조트다. 술을 포함해 각종 음료와 스낵,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콘스탄스 할라벨리와 같은 호텔 체인이지만 조금 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입구의 작은 팻말이 시선을 잡아끈다. ‘노 뉴스 노 슈즈(No News, No Shoes)’라고 적혀 있다. 천국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으로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신발을 담을 주머니와 슬리퍼를 갖다준다. 리조트 매니저는 슬리퍼도 번거롭다고 말한다. “맨발로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워요. 천국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실제로 몇 시간만 맨발로 다니다 보면 신발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객실은 할라벨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다에 떠 있는 수상 방갈로 형태의 ‘워터빌라’다. 할라벨리보다는 작지만 그만큼 아늑하다. 테라스에 딸린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

할라벨리와는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오후 6시면 해변에 자리한 ‘토템바’에서 칵테일 클래스가 열린다. 바텐더가 자리를 세팅하면 누구나 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명예 바텐더 증명서’까지 발급한다. 각자 만든 칵테일을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만타바’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 아찔한 불쇼도 볼거리.

산호초 사이로 니모가 다닌다

무푸시 리조트에서는 한층 더 짜릿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20분가량 떨어진 섬으로 간다. 배가 멈추면 참여객들은 일제히 스노클링 장비를 갖춰 입고 깊이가 가늠 안 되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눈앞에 영화 ‘니모를 찾아서’보다 더한 장면이 펼쳐진다. 산호초 사이를 다니는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 탱)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어느새 바다거북이 눈앞에 다가온다. 1m 가까이 되는 거북이 유영하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거북에 손을 대는 것은 금물이다.

몰디브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아침빛이 눈을 뜨게 만든다. 차가운 생수를 마시고 발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발코니 앞은 바다. 발코니 끝에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에 앉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해가 뜨는 걸 지켜본다. 이마가 붉게 물들 때쯤이면 작은 상어 몇 마리가 다가와 놀다 간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잔다. 오전 9시에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스노클링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낮잠. 오후에는 다시 스노클링을 하든지 마사지를 받는다. 늦은 오후에는 잘 구워진 오징어와 참치를 먹으며 샴페인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진다. 저녁이면 해변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어쩌면 여행은 생을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몰디브=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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