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썰쩐] (23) 13년차 토지 투자 전문가 "꺼진 땅도 다시 보자"

입력 2019-06-05 07:30   수정 2019-06-10 15:10

전은규 대박땅꾼의 부동산연구소 소장



"초보일수록 100% 완벽한 땅보다는 단점 보완이 가능한 80% 수준의 땅을, 값이 많이 오른 노른자땅보다는 아직 오를 여력이 남은 흰자땅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대박땅꾼'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전은규 '대박땅꾼의 부동산연구소' 소장(43)은 올해로 13년차를 맞는 토지 투자 전문가다. 지금까지 투자한 땅만 10만평 정도다. 호재가 있는 토지를 경매로 낙찰 받은 후 값이 뛰면 되팔거나 하자 있는 땅을 매입해 보완한 후 매도하는 식으로 투자를 해왔다.

최근에는 '대박땅꾼 전은규의 집 없어도 땅은 사라'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대박땅꾼 집 팔아서 땅을 사라'를 펴냈다.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대박땅꾼의 부동산 연구소' 강의실에서 그를 만나 그간의 투자 경험과 노하우, 앞으로의 목표 등을 들어봤다.

◆ "인근에 개발 호재 있는 땅을 주목하라"

전 소장이 처음으로 땅 투자를 시작한 것은 스물아홉살 때였다. 당시 직장을 알아보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약점이었던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영업직군에 지원했다. 마침 합격한 곳이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였다. 물건을 내놓는 건물 주인, 땅 주인을 만나 스피드뱅크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하도록 설득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버지의 조언을 받들어 토지 투자로 재테크를 시작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아파트, 상가, 빌딩 등 다양한 부동산 투자처 중에서 토지를 선택한 것은 안목만 기른다면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500만원, 1000만원으로 아파트를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100평 짜리 소규모 땅은 500만원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면서 "여전히 지방에는 평당 30만~40만원 정도로 투자할 수 있는 땅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목돈 3000만원으로 분산 투자에 나섰다. 투자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던 때, 충남 보령에서 경매 물건이 나왔다. 계획관리지역이어서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이 높고 도로도 가까이 있는 150평 규모의 땅이었다.

그는 당장 현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땅 바로 옆에 철길 공사를 하고 있었다. 역세권이 아닌 철길 주변은 소음이 심하고 먼지가 많아 집터로 선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망하던 차에 근거리에서 또다른 공사가 진행 중인 걸 발견했다. 관창일반산업단지였다. 산업단지를 보자마자 땅을 집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업단지에 필요한 창고를 짓기엔 땅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00만원에 그 땅을 낙찰 받았다. 투자금은 500만원, 경락 대출로 나머지 1500만원을 마련했다. 2년 후 산업단지가 다 조성되고 난 후 이 땅을 사고자 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 소장의 예상대로 창고를 짓는다고 했다. 땅은 5000만원에 팔렸다. 매입가의 두 배 넘게 값이 뛴 것이다. 투자 성공이라 부를 만한 첫 경험이었다.

주변 개발 호재의 덕을 본 그는 호재가 있는 땅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지금까지 투자한 땅 중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제주도 대정읍 구억리의 토지다. 5년 전 제주도 여행 중 발견한 땅인데 당시 소문을 듣자하니 인근에 영어교육도시가 예정돼있었다. 학군이 좋으니 교육열이 높아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부자들이 몰려 '제주의 강남'으로 떠오르겠다 싶었다.

200평 규모의 땅을 1억원에 매입했는데 지금은 시세가 9억원까지 뛰었다.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오면서 땅값이 오른 것이다. 주변 30평대 아파트 시세가 8억~9억원, 고급주택들은 10억~15억원까지 형성돼있다. 2021년까지 예정된 7개 국제학교 중 현재 4곳이 개교한 상태다.


◆ "하자 있는 땅, 단점 보완할 수 있다면 투자"

그러나 호재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토지 매입에 나서는 것은 화를 부를 수 있다. 전 소장 역시 과거 그런 경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새만금 사업이 붐이던 때였다. 특히 군산이 뜨고 있었는데 마침 개정면이라는 곳에 땅이 경매로 나왔다. 바둑판처럼 정리된 데다 주변 도로도 잘 돼있는 예쁜 땅이었다.

처음에는 3000만원에 나왔다가 유찰이 거듭되면서 값이 1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 소장은 '이게 웬 횡재냐' 싶은 생각에 바로 이 땅을 낙찰 받았다. 그러나 이후 3~4년 동안 가격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절대농지'로 지정된 땅이었기 때문이다.

절대농지는 농지의 보전을 목적으로 농림부장관이 지정한다. 새만금 개발로 인해 규제가 풀릴 것이라 막연히 기대했던 게 오판이었다. 결국 500만원을 손해를 보고 현지 농부에게 1000만원에 매도했다.

전 소장은 "주변 개발이 활발하니 절대농지 규제도 풀리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강의 할 때도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 '절대'농지에는 '절대'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지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 투자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100% 완벽한 땅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초보일수록 모양이 가지런하게 예쁘면서도 평평하고 교차로 코너에 위치한 땅을 선호한다.

전 소장은 "100% 완벽한 땅은 이미 땅값이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를 위해서는 상승 여력이 있는 80% 수준의 땅을 찾는 것이 좋다"며 "하자가 있는 땅이라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투자하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조금의 수고를 들여 땅을 보완한다면 땅의 가치를 그 이상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게 전 소장의 얘기다. 만약 땅이 언덕지거나 꺼져있다면 성토(盛土)를 하면 된다. 성토란 종전의 지반 위에 다시 흙을 쌓아올리는 것을 뜻한다. 전망이 좋은 땅이라면 성토를 해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전 소장 역시 200평 규모의 꺼진 땅을 매입해 성토를 한 적이 있다. 500만원을 들여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더니 5000만원이었던 땅값이 8000만원까지 뛰었다.

그는 "성토는 건물로 치면 리모델링과 같은 개념"이라면서 "낡은 건물의 벽만 바꿔도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성토를 하면 들인 돈의 2~3배씩 땅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모두가 선호하는 '노른자땅'보다는 '흰자땅'을 눈여겨 보는 것도 방법이다. 노른자는 이미 비싸지만 주변 땅인 흰자는 아직 오를 여력이 있다.

전 소장이 주목하는 곳은 제주도 대정읍 저지리다.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된 구억리 인근의 땅이다. 그는 "구억리는 저렴한 곳도 평당 200만~3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있지만 저지리는 아직 평당 100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다"며 "미술관이 몰려있는 예술인 마을도 있어 소규모 땅에 집이나 상가를 지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 "틈새시장 협소주택 관련 사업 구상 중"

그가 말하는 땅 투자의 첫 단계는 사전조사다. 인터넷을 활용해 토지이용계획을 살피고 밸류맵 등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어플을 이용해 주변 땅값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전조사만 잘해도 앉은 자리에서 50%는 완료된 셈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다음은 직접 현장을 보러 가는 '임장'이다. 현장에서는 땅 모양새를 보고 도로를 잘 끼고 있는지, 용도지역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봐야한다. 지나는 도로가 있다면 직접 등기부를 떼어 '사도(私道)'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도는 개인의 도로여서 도로 주인에게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차로 이동할 때 바로 앞까지 못가는 땅은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매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장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의 반대로 가보면서 인근에 축사, 묘지 등 혐오시설이 있는지 탐문해봐야 한다.

전국구로 활동하는 전 소장이 하루 일과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역 신문을 보는 일이다. 오프라인 신문과 온라인 신문 모두 꼼꼼히 살피며 지역 이슈를 확인한다.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땅을 보러 다닌다.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국을 훑는다. 일주일에 한번은 강의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며 "그러나 서민들이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게 바로 '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전 소장이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은 포천, 양주, 파주, 고성 등 통일 호재가 있는 곳들이다. 통일이 당장 되지는 않겠지만 남북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해서다.

그는 "특히 군사보호시설로 묶여 집 짓는 데 규제가 있었던 땅들이 최근 해제되고 있다"며 "바닷가 철책선이 철거되면서 조망이 좋은 주변 땅값이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간 땅 투자에만 집중했던 전 소장은 최근 건축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특히 일본에서 유행했던 협소주택에 대한 관심에 높다. 20평 규모의 조그만 땅을 사서 3~4층까지 건물을 올려짓는 식이다. 땅 자체는 좁지만 수직으로 건물을 올리기 때문에 최대 60평까지 지을 수 있다.

전 소장은 "3억으로 땅을 사고 2~3억원을 들여 건물을 올리면 된다"며 "서울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땅을 사고 집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틈새시장인 협소주택과 관련해 교육 사업, 시공·건축 사업 등도 구상 중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럴때일수록 용기를 갖고 과감히 투자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전 소장은 "망해도 빨리 망해보는 게 낫지, 재고 따지다보면 몇년이 지나도 투자를 시작할 수 없다"며 "믿을 만한 멘토를 둔다면 투자 성공으로의 지름길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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