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슬램덩크' 속 그곳…낭만 열차 달리는 일본 가마쿠라

입력 2019-06-09 15:31  

여행의 향기


일본 도쿄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가마쿠라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 마을이다. 북적북적한 도쿄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소도시인 가마쿠라는 예전 가마쿠라 바쿠후 시대(1192~1333년)에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였다. 일본 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역사적인 유물과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을 품고 있다. 가마쿠라는 해안을 따라 펼쳐진 낭만적인 마을 풍경 때문에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오래된 도시의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여행도 의미 있지만 소소한 풍경마저 특별하게 다가오는 가마쿠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칸의 감독 ‘바닷마을 다이어리’ 촬영지

가마쿠라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무대로 유명하다. 가마쿠라 여행은 도쿄 신주쿠역에서 시작된다. 신주쿠역에서 에노시마 가마쿠라 프리패스를 끊으면 가마쿠라 여행을 쉽게 할 수 있다. 신주쿠역 오다큐센 급행열차를 타고 후지사와역에 내린다. 이곳에서 바닷가 마을을 갈 수 있는 작은 역들을 이어주는 교외 전차, 에노덴으로 갈아타면 된다. 에노덴은 4량의 작은 열차로 15개 마을 역에 정차한다. 가마쿠라 프리패스를 끊으면 역마다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풍경이 저마다 다른 작은 마을의 가옥 사이와 바닷가를 따라 낭만 가득한 열차가 달린다. 에노덴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을 걸으면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가마쿠라는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다. 가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가 오래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는 데서 영화가 시작된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다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동생 스즈를 만나게 된다.

에노덴을 타고 마을 한가운데를 달리다 처음 내린 곳은 에노시마역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바다 풍경은 대부분 에노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세 자매가 어릴 때부터 드나들던 단골 식당, 우미네코(바다고양이)에서 가마쿠라의 명물 시라스동(잔멸치덮밥)을 맛보는 것은 덤이다.

기차가 지나는 곳마다 다양한 풍경 펼쳐져

영화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바닷가 기차역은 자주 등장한다. 가마쿠라고코마에역은 ‘바닷마을 다이어리’보다 만화 ‘슬램덩크’로 더 유명하다. 슬램덩크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 강백호가 가마쿠라고교 앞 철도 건널목에서 가방을 둘러메고 건너편 바다를 바라보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저 너머에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낭만을 실은 전차는 그 앞을 천천히 지난다. 애니메이션의 성지로 이름난 철로 주변에는 전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철도 건널목과 바로 이어진 가마쿠라고코마에 플랫폼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은빛으로 일렁인다.

12분 간격으로 지나는 에노덴을 기다려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마을, 이나무라가사키역에 내리면 철로를 따라 늘어선 집들이 운치 있다. 마을에는 천천히 달리는 에노덴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 요리도코로가 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등어 정식도 일품이지만 식당 창문 앞을 덜컹거리며 지나는 에노덴의 이색적인 풍경 때문에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다시 에노덴을 타고 영화 속 네 자매가 사는 집이 있는 고쿠라쿠지역에서 내렸다. 역 플랫폼은 둘째 요시노와 막내 스즈가 출근하고 등교하는 길에 열차를 기다리던 장면에 나온다.

유명 작가의 흔적 느낄 수 있는 문학관

영화 장면을 하나씩 떠올리며 걷다 보니 하세역에 다다른다. 바다로 이어진 길에는 커다란 통창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 마고코로가 있다. 둘째 요시노가 바다가 펼쳐진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긴 곳이다.

하세역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유이가하마역이 나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곳은 아니지만 가마쿠라와 인연이 깊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문학사의 획을 그은 작가들의 저서와 원고, 애장품이 전시된 가마쿠라문학관이 있다. 1936년 지어진 문학관 건물의 기와지붕과 처마는 일본풍이고, 모자이크는 서양의 아르데코 양식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은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한데 엉켜 있다. 장미가 피는 계절의 정원은 화려하다.

유이가하마역에서 두 정거장을 더 달려 에노덴의 종착지, 가마쿠라역에 내리면 가마쿠라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 거리, 가마쿠라 고마치도리가 이어진다. 특산품을 파는 가게, 음식점, 골동품 가게가 양쪽 길가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가마쿠라의 명물을 구경하다 길의 끝에 다다르면 쓰루가오카 하치만구 신사가 나온다. 가마쿠라 막부를 열었던 미나모토노 요리모토가 1063년 유이가하마 해안 근처에 지은 사당을 옮겨와 1191년에 세운 신사다.

오랜 문화유산을 품은 가마쿠라에 어느 도시보다 긴 여운이 남는다. 바닷마을에 낭만 가득한 전차가 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는 풍경 속을 걸으면 가족에 대한 애잔한 사랑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서일 것이다.

가마쿠라=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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