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소룡이 된 키아누 리브스…초여름 더위 날릴 '액션 끝판왕'

입력 2019-06-20 16:41  

영화 '존 윅3: 파라벨룸'

1,2편의 두 배 물량 투입해
속도감 넘치는 액션신 완성



[ 유재혁 기자 ]
역대 최고의 SF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매트릭스’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침체기를 딛고 제2의 전성기에 들어섰다. 그가 절정의 액션을 펼치는 ‘존 윅3: 파라벨룸’ 이 지난달 중순 미국에서 개봉한 뒤 각국에서 호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현재 2억7000만달러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렸다. 오는 26일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추가로 개봉하면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편과 2편의 두 배 규모 물량을 투입해 볼거리가 커진 ‘존 윅3’는 지난 수년간 나온 할리우드 액션영화 중 에너지가 가장 강력하다. 액션 감독 출신인 채드 스타헬스키는 액션신의 커트(장면) 연결을 줄이고 롱테이크(끊김없이 장시간 촬영)로 담아내 맨몸 액션의 강력한 타격감을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는 ‘최고의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뉴욕의 도심에서 암살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전편에서 그는 킬러들의 숙소 콘티넨탈호텔에서 규율을 어기고 살인을 저지른 대가로 국제암살자연맹으로부터 파문 조치와 함께 1400만달러의 현상금이 내려졌다. 세계 모든 킬러의 타깃이 된 존 윅은 생존투쟁에 나서고, 최후의 전쟁을 위해 ‘소피아’(할리 베리)를 찾아간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유리방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이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친 방에서 존 윅이 킬러를 주먹으로 치는 순간 투명한 유리막에 가로막히고 만다. 킬러가 유리를 피해 반격하자 존 윅은 나가떨어진다. 그 타격감은 스크린 바깥으로 전해질 만큼 강력하게 느껴진다. 돌파구를 찾은 존 윅이 킬러를 제압한 뒤 위층으로 올라가니 더 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존 윅은 마치 ‘21세기 이소룡’ 같다. 유리의 방은 1970년대 액션스타 이소룡이 주연한 영화 ‘용쟁호투’에 나온 거울의 방과 닮아 있다. 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더 센 상대와 겨루는 장면은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를 벤치마킹한 듯싶다. 두 영화의 대표적인 액션신을 하나로 모아 새롭게 재구성했다. 다만 이소룡식 맨 몸 액션만 있는 게 아니다. 존 윅은 칼과 총 등 다양한 무기를 총동원한다.

액션의 ‘끝판왕’ 같다. 존 윅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계 킬러들과는 단도와 장검으로 주로 싸우고, 서구 킬러들과는 권총과 소총, 중화기로 대결한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단조롭게 싸움질만 한다면 흥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존 윅이 소피아와 함께 벌이는 일련의 액션 장면은 화끈하면서도 속도감이 넘친다. 맹견들과의 싸움신은 색다른 볼거리다. 강력한 방탄복으로 무장한 킬러들과의 대결신은 코믹함마저 준다.

무엇보다 치밀하게 설계된 세계관이 매력이다. 킬러들의 세계는 강력한 규율로 통제되며 위반할 경우 어김없이 응징된다. 최고 회의와 원로원, 심판관 등 킬러 세계를 관장하는 비밀 행정조직이 있다. 킬러들의 커뮤니티인 ‘콘티넨탈호텔’, 전용 화폐인 황금 주화 등도 종전 액션영화에서 볼 수 없던 세계관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피의 대결이 벌어져도 경찰은 어디에도 없다. 뉴욕의 지배자는 킬러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액션신에만 몰두하도록 연출했다.

액션신은 무절제한 ‘개싸움’이 아니라 나름대로 품격을 갖춘다. 고수의 킬러들은 서로 간 존중과 예의를 깎듯이 지킨다. 공식 경기에 나선 무술인 같다. 존 윅은 시종 정장차림으로 싸운다. 고도로 정비된 세계의 직업인이란 의미다. 킬러들이 싸우는 공간은 클래식한 분위기로 고급스럽게 단장돼 있다.

존 윅과 소피아의 따스한 내면을 비추는 장면은 관객을 감정이입시키고 동화시키는 요소다. 소피아는 자신의 반려견을 별다른 이유없이 죽인 데 격분해 목숨을 내놓고 상관을 제거한다. 존 윅이 평소 은혜를 베풀었던 킬러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난감해하면서도 빚을 갚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도와준다. 존 윅도 타깃과의 의리 때문에 다시 규율을 어기고 목숨을 건다. 킬러 세계에 냉혹한 규율만 있는 게 아니라 따스한 의리도 있다. 규율과 의리란 두 정서의 대결이다. 이처럼 인물들의 모순된 감정과 태도는 흥미를 배가시킨다. 지극히 강한 것과 약한 요소들을 교묘하게 혼합해 관객 감정의 진폭을 확대한다.

‘파라벨룸’은 라틴어로 전쟁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후반부에서 존윅과 그의 동조세력이 최고회의와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데 사용한 말이다. 지금까지 세 편의 시리즈에 이어 앞으로 나올 4편에서 더 큰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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