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CEO·석학들의 경고 "한국 경제, 10년 이상 장기침체"

입력 2019-07-03 17:51   수정 2019-07-04 06:27

공학한림원 회원 261명 설문


[ 이해성 기자 ] 한국 경제가 올해부터 10년 이상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은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한국 산업의 미래 발전전략’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공학한림원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등 산업계와 학계 대표 공학기술인 112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80.8%가 “한국 경제가 ‘L자’ 형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5~10년) 침체 후 ‘V자’ 형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응답은 16.1%에 그쳤다.

장기 침체에 진입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동시장 경직 및 투자·고용 부진’(51%)이 꼽혔다.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신성장 동력 부재’(36.8%)도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도체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도 중국 등 신흥개발국의 추격에 따라 곧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 예상 기간이 ‘길어야 5년에 불과할 것’이라는 응답이 60.5%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은 ‘원천기술 부재’가 62.1%로 가장 많았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가 각각 58.2%, 36%로 뒤를 이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이번 설문을 했다”며 “더 늦기 전에 전략 산업별로 구조전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韓 주력 제조업, 5년 후 무너질 가능성 크다"

“이대로 가면 장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산업 구조조정에 착수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대표 공학기술인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 회원들은 3일 한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학계 연구소 등이 아니라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로 포진한 공학한림원에서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이 나온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기획한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세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향후 5년 내 주력산업 구조개편을 못 하면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2.9%로 1998년 외환위기 때 이후 최저치, 재고율이 116%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치인·노동계 갑질’이 기업 발목

공학한림원은 주력 제조업을 △반도체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가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식음료 △건설 △섬유 등 12개로 규정했다. 이들 제조업이 구조적 문제로 모두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에 회원 98.1%가 공감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주요 대내적 원인으로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투자·고용 부진’(51%)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 구조조정 실패와 신성장동력 부재’가 36.8%로 뒤를 이었다. ‘산업 고도화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라는 응답은 6.5%에 불과했다.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요인으로는 ‘글로벌 기술격차 감소에 따른 기업 경쟁력 약화’가 74.3%로 압도적이었다. ‘대중국 수출 부진’(11.1%)이 두 번째였다.

저성장 탈피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 육성’이 49.8%로 가장 많았다.

‘강성노조, 정치과잉’의 한국 사회가 기업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기업 차원의 선제적 미래 대응에 장애요인’을 묻자 ‘효율적 자원배분을 저해하는 경직적 노동시장’(65.1%)이 문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지나친 정치 논리와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갑질’(54.2%)이 뒤를 이었다.

경제 명운 가를 ‘크리티컬 아워’ 5년

주력 제조업이 신흥개발국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이내’로 보는 응답이 60.5%로 가장 많았다. ‘5년 초과 10년 이내’가 32.6%로 뒤를 이었다. 10명 중 9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조업 경쟁력이 10년 내 꺾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원천기술 미확보(62.1%), 대립적 노사관계(58.2%), 가격경쟁력 약화(36%), 중국의 급성장(31.8%) 등을 꼽았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 개선’(52.5%)이라고 응답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36%)과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32.6%)을 주문한 경우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60여 년간 쌓아올린 관련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 등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림원은 주력 제조업을 3개 분야로 구분해 각각 장기 전략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등을 ‘지속성장 산업군’, 조선 자동차 건설 등을 ‘구조개편 산업군’, 바이오 5세대(5G)이동통신 2차전지 등을 ‘신성장 산업군’으로 분류했다. 이들 산업군을 관통하는 ‘융복합 기반기술’로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소프트웨어, 스마트팩토리 등을 선정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올해부터 2년에 걸쳐 ‘산업 전환(Industry Transformation) 2030’ 계획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림원은 오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포럼을 열고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전·현직 CEO를 초청해 ‘산업 전환 2030’ 계획에 대해 토론한다.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이동면 KT 사장, 노기수 LG화학 사장, 양웅철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병건 전 녹십자 사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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