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상황 대비한 경제운용이 필요해졌다

입력 2019-07-15 17:44  

'日 쇼크'로 성장 1%대 추락 우려…기업 비상경영 돌입
경제 불확실성 높이는 법 적용 유예 등 특단 정책 시급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가 가시화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3~1.96%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국내 민간 싱크탱크의 전망이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닌,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같은 경고는 모건스탠리(1.8%) 노무라(1.8%) ING그룹(1.5%) 등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다른 국내외 전망기관들도 동조할 조짐이다.

1%대 성장률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0.7%에 머물렀던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가시화되기 전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투자 부진 등으로 기존의 2.6~2.7%에서 0.2%포인트 낮춘 2.4~2.5% 목표치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전제조건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다.

경기의 이상 조짐은 비상경영에 속속 돌입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도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에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주문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TV 등의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다음달 수출 우대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그 피해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부의 인식은 현 상황을 ‘최악의 위기’로 보는 기업들의 판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중재를 끌어내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국채보상운동’을 들먹이고, 조국 민정수석이 ‘동학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것부터 그렇다. 청와대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궁리는 하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예상한 1%대 성장률은 ‘추가경정예산 효과’까지 포함한 것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들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섰듯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 그 어떤 경제정책도 수정·보완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한다면 주 52시간 근로제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각종 노동·환경·안전 규제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접근을 선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 경영에 리스크나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법 적용과 입법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기 전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경제운용으로 전면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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