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 저그' 품은 라우리…'갈라진 아일랜드' 하나로 묶다

입력 2019-07-22 18:04   수정 2019-07-23 03:32

디오픈챔피언십 15언더파 우승

英 플리트우드 6타차로 따돌려
북아일랜드 출신 캐디와 '호흡'
68년 만에 북아일랜드 땅서
다시 열린 디오픈 정상 '우뚝'



[ 조희찬 기자 ] “골프에 있어서 우리는 한 나라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죠.”


22일(한국시간) 제148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이 끝난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GC(파71·7344야드). 같은 아일랜드섬이지만 국경을 넘어 약 280㎞ 떨어진 아일랜드 멀린가에서 태어난 셰인 라우리(32)가 15언더파 269타를 쳐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4년간 모두 커트 탈락했던 그는 1951년 잉글랜드의 맥스 포크너가 가져간 챔피언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68년 만에 아일랜드 품으로 되돌려놓은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잉글랜드 이 미묘한 3국이 이 순간 하나가 됐다.

라우리가 감정을 억누르며 고마움을 전한 이는 북아일랜드 출신인 그의 캐디 브라이언 마틴. 라우리는 “(마틴과)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얼마나 이 상황을 망치고 싶지 않은지 얘기하면서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그레이엄 맥도웰(40)이 라우리에게 다가와 뜨겁게 포옹했다. 우승 경쟁을 하던 잉글랜드 출신 토미 플리트우드(28)도 그를 한참이나 끌어안고 등을 툭툭 치며 축하했다.


갈라진 아일랜드 하나로 뭉친 라우리

아일랜드 출신인 라우리는 북아일랜드 팬으로부터 나흘 내내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68년 만에 디오픈을 홈에서 맞은 북아일랜드 팬들은 축구 응원가 ‘올레 올레 올레’에 라우리의 이름을 넣어 불렀다. 골프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에 라우리는 “미국에 있었다면 10명의 사람과 개 한 마리 정도가 나를 따라다녔을 것”이라며 “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우승한 이 순간은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고 기뻐했다.

라우리가 북아일랜드 팬들에게 응원을 받은 건 한 국가에서 시작했다는 역사적 뿌리 외에도 골프에선 이미 오랫동안 단일 국가처럼 움직여온 골프협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 있지만 골프는 아일랜드와 한 몸이다. 1891년 창설된 아일랜드골프협회는 지금까지 북아일랜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아일랜드 출신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에 대부분 아일랜드 국기를 달고 국가대표를 지낸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올림픽에서 영국 또는 아일랜드 대표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디 마틴이 북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점도 북아일랜드인이 라우리를 응원하게 했다.

영국과 오랜 독립 투쟁을 벌인 아일랜드지만 영국과 친한 북아일랜드에 대한 반감은 덜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자유롭게 국경을 왕래한다. 1949년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완전 독립할 때 잉글랜드, 스코틀랜드계가 많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남기를 택하면서 아일랜드섬은 반으로 나뉘었다.

그럼에도 ‘친(親)영국 VS 반(反)영국’, 그 사이를 오가는 여러 세력이 공존하는 아일랜드섬에는 여전히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1998년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여전히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아일랜드섬 전체를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지난 4월에는 신(新)아일랜드공화군(IRA)이 일으킨 폭동에서 신IRA군이 쏜 총에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라우리의 우승으로 이날만큼은 아일랜드섬 전체가 하나가 돼 기뻐했다. 아일랜드 출신 선수가 디오픈에서 우승한 건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 이후 11년 만이다.

‘메이저 울렁증’ 떨쳐낸 6타 차 완승

라우리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첫 승이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만 193만5000달러(약 22억7000만원)를 챙겼다.

‘메이저 울렁증’도 완벽히 떨쳐냈다. 라우리는 2016년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4타 차 넉넉한 리드를 안고도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역전당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이날도 플리트우드에 4타 차 리드를 안고 경기했다. 그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9언더파를 적어낸 플리트우드를 6타 차로 따돌리고 완벽하게 우승했다.

박상현(36)이 2언더파 공동 1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 국적 선수가 디오픈에서 20위 내에 든 건 2011년 16위에 오른 양용은(47) 이후 8년 만이다. ‘베테랑’ 황인춘(45)도 2오버파 공동 41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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