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국가 실패'의 길에서 벗어날 때

입력 2019-07-22 18:07  

"편을 갈라 배제·차별하지 말고
기득권 보호 장벽 허물어뜨려
개개인의 재능을 보장·권장해야"

황인학 < 한양대 특임교수·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지금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감소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한국의 성적이 제일 안 좋다. 일부에서는 투자, 고용, 소비, 수출이 예전 같지 않게 급격히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경제지표의 부진은 마이너스 성장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 경제가 부진한 사실을 요인별로 나눠 다시 자세하게 설명한, 결과적으로 동어반복이며 원인 진단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구조적 위기라 함은 인적 자본, 투자 자본, 기술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생산적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방해하는 정책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와 중국의 ‘공향(共享)경제’는 날개를 단 듯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같은 의미의 ‘공유(共有)경제’가 지지부진하다. 이는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창의와 혁신에 닫혀 있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에 기초한 규제 시스템과 ‘지대(地代)추구 삼각구조’ 때문이다.

지대추구 삼각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지만 그 심각성은 한국에서 더하다. 규제 법령의 제·개정권을 가진 정치인, 규제를 집행하는 행정당국, 규제 특혜를 누리는 이익집단이 알게 모르게 연대해서 저마다 자기 몫의 지대를 추구하는 한국의 삼각구조는 거의 철옹성급이다. 이 삼각 철옹성 구조하에서 국민 전체의 편익보다는 업계의 이익, 업계 내에서는 혁신보다 기득권을 우선하는 정책과 제도가 반복 생산되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함께 모빌리티산업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타다’ 서비스가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발표로 사실상 무산된 것은 비근한 사례다. 원격의료서비스는 오랜 논의에도 진전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는 구태의연한 탐정 직업조차 한국에서는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는 어떤 혁신 활동이 ‘정치인-규제당국-이익단체’의 저 견고한 삼각 철옹성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편을 갈라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치·경제제도를 국가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경제제도가 실패가 예정된 길을 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는 점이다. 국가 실패를 막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편을 갈라 배제·차별하는 제도를 경제적 자유와 법치에 기초한 혁신과 경쟁을 포용하는 제도로 대전환해야 한다. 포용적 제도란 각계 각층의 서로 다른 이해를 모두 수용하는 묘책으로서의 제도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재능과 기술을 활용하도록 보장하고 권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포용적 제도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 치우침 없는 법치주의, 동등한 경쟁 환경, 신규 진입 및 영업 선택의 자유 등 요건이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진입·영업·경쟁의 자유를 막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실은 눈으로 보는 그대로다. 은퇴를 앞둔 기업인들이 평생 일군 사업을 가업으로 전수하지 않고 매각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경영권 상속에 붙는 약탈적 수준의 상속세 탓에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다는 사실은 공평무사한 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별건 수사 관행에 더해 걸면 걸리고, 형량은 살인죄에 버금가는 배임·횡령죄로 기소되는 기업인이 매년 3000~5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어디 기업 하겠냐”는 푸념이 엄살만은 아닌 상황이다. 총체적으로 정치·경제제도가 국가의 성공과 성장에 유리한 포용적 제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현재는 물론 미래도 어둡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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