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림·독특한 동식물·다양한 부족문화…해적의 역사 간직한 '코뿔새의 땅' 사라왁

입력 2019-07-28 14:44  

여행의 향기

말레이시아 사라왁



‘코뿔새의 땅(Land of Hornbills)’이라 불리는 사라왁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넓은 주로 보르네오 섬의 남서부에 있다. 사라왁주는 브루나이 술탄이 영국인 모험가 제임스 브룩의 도움으로 반란군을 진압한 뒤 그를 사라왁의 통치자로 임명하면서 ‘화이트 라자(white rajah·백인 왕)’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거대한 원시 열대림과 산, 동굴, 독특한 동식물, 다양한 부족문화의 땅이라 할 수 있는 사라왁의 역사는 모험, 낭만, 해적과 반란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여행지 사라왁으로 이번 여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아름다운 강변과 고양이 박물관

사라왁의 주도 쿠칭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사라왁 강은 쿠칭 시민의 삶의 터전이자 사라왁주 곳곳으로 연결되는 교통로다. 강 위에는 쿠칭의 중요 교통수단인 쪽배들이 떠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사라왁 강 남쪽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유럽식으로 지어진 관공서를 비롯해 여러 박물관과 호텔, 유명 레스토랑, 상점 등이 모여 있는 쿠칭시의 중심부다. 관광안내소와 스퀘어타워가 있는 서쪽 지역에는 시청사와 시장, 모스크 등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동쪽으로 툰쿠 압둘 라만 거리 주변에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쇼핑센터가 모여 있다.


한적한 북쪽 강변에도 브룩 왕조 시절 역사를 간직한 볼거리가 모여 있다. 스퀘어타워 건너편 강변에 보이는 아스타나는 화이트 라자로 불리던 브룩 왕조의 궁전인데, 지금은 사라왁주의 지사 공관으로 쓰여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동쪽 강변에 자리한 마르게리타 요새는 제임스 브룩의 아들인 찰스 브룩이 해적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지은 것으로, 힐튼 쿠칭 앞 선착장에서 쪽배를 타고 건너가면 된다. 사라왁 강 남쪽 강변 워터프런트에는 쾌적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리버 크루즈를 타면 아름다운 강변 풍경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쿠칭시의 볼거리 중 하나는 고양이 박물관이다. 쿠칭이라는 이름이 말레이시아어로 고양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고양이 박물관은 쿠칭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쿠칭 시내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 서 있는 고양이 동상과 여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살아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 박물관은 쿠칭시의 각별한 고양이 사랑을 한데 모아 놓은 듯하다. 세계 최초로 세워진 고양이 박물관은 규모도 상당해 고양이 공예품 등 2000종이 넘는 고양이 관련 수집품이 전시돼 있다. 고양이 박물관이 있는 부킷 시올(Bukit Siol) 언덕은 쿠칭 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박물관이 있는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원시 자연의 모습 간직한 사라왁 박물관

사라왁에서 매력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사라왁 박물관이다. 사라왁주는 원시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데다 28개의 다양한 부족이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사라왁 박물관은 이처럼 방대한 사라왁의 자연과 문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모아 놓은 곳으로, 쿠칭 시내에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자리하고 있다. 구관에는 보르네오 자연사를 중심으로 민속 예술품과 공예품 등이, 신관에는 18세기 이후 영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하기까지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사라왁 박물관과 이슬람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관광지라기보다 현지인의 생활 터전으로 의미있는 사톡 거리가 있다. 사톡 거리가 쿠칭 시민에게 중요한 이유는 주말마다 이곳에서 선데이 마켓, ‘말레이 깜뽕’이란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낮 12시까지 장이 열리면 주변에 사는 원주민과 쿠칭 시민이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모여 든다. 쿠칭 시민은 주로 생선, 채소 등 식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장터를 찾는다. 원주민이 전통 방법으로 직접 요리하는 독특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쿠칭 시내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마이는 남중국해로 돌출된 작은 반도다. 중심부에 산투봉 산이 솟아 있고, 산자락에는 사라왁 민속촌이, 해변가에는 휴양시설이 있다. 사라왁 민속촌은 사라왁주의 원시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온 여러 부족의 풍성한 문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라왁에는 이반, 비타유, 오랑 울루, 멜라나우 등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살아온 부족을 비롯해 말레이인, 중국인 등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사라왁 민속촌에서는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일곱 민족의 주거양식과 전통 공예품 등을 전시하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과 춤 등 사라왁 전통 문화를 표현한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사라왁 민속촌은 월드 하비스트 페스티벌과 레인포레스트 월드 뮤직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 등 다양한 공원 공존

보르네오 섬의 동굴들은 자연이 창조해낸 최고의 예술품으로 태고의 역사를 간직한 채 유구히 존재해온 석회암 동굴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다. 그중에서도 구눙 물루 국립공원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됐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의 사슴 동굴(Deer Cave)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동굴 크기를 자랑한다. 수많은 박쥐가 서식하며, 저녁이면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광경도 목격된다. 바람 동굴(Wind Cave)과 클리어워터 동굴은 전체 길이 100㎞ 이상에 이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다. 왕복 사흘에 걸쳐 가야 하는 비경인 피너클스에는 칼 모양의 석회암이 몇십 개나 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의 랭 동굴(Lang’s Cave), 사슴 동굴, 바람 동굴, 클리어워터 동굴 등 4개 동굴을 가리켜 쇼 케이브(Show Caves)라고 부른다. 모두 당일치기로 탐사할 수 있으며 산책로 등 정비가 잘 돼 있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사라왁 근방에는 구눙 물루 국립공원 외에도 국립공원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에서 바코국립공원은 오랜 세월의 침식에 의해 빚어진 곶과 바다가 역동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뱀처럼 머리를 쳐든 기암괴석도 찾아볼 수 있다. 내륙부에는 광대한 열대 원생림이 펼쳐지고 각양각색의 동식물과 접하게 된다.

취재협조: 말레이시아관광청, 말레이시아항공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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