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보불안 부추기는 미국發 이상징후

입력 2019-08-02 17:51  

北 핵보유 타협하려는 듯한 미국
안보 위해 用美 자세로 무장해야

전성훈 < 前 통일연구원장 >



안보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는 국민이 80%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벽잠 설치는 일은 없게 하겠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형 대구경조정방사포라고 주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거칠게 경고하는 지경이다. 중·러 전투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냉전시기에도 찾아볼 수 없던 군사도발이다. 일본이 우리 공군의 정당한 방어행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도 중·러만 좋아할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중심을 잡아야 할 미국이 흔들리면서 한·미 동맹마저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국발(發) 경고음의 진원지는 두 곳이다. 첫째,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국제질서와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국제협약을 파기하는 것은 물론 오로지 돈을 잣대로 동맹의 가치를 재단하며 우방국들을 압박한다. 한·미 훈련을 값비싼 전쟁게임으로 비하하고,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한다면서 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도 트럼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미국에 대한 위협은 아니고 다른 나라도 하는 실험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과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자랑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로 인해 북핵문제의 불확실성만 높아졌다. 그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만 폐기하고 북한이 핵을 탑재한 단·중거리 미사일을 갖도록 용인하는 것은 아닌지, 내년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반도를 국지전으로 몰아가지는 않을지 많은 국민은 불안해한다.

두 번째 진원지는 미국의 군과 관료집단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비합리적인 정책이 이들의 저항으로 무산되는 경우가 있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가 좌절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는 미국의 국익을 폭넓게 조망하며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믿을 만한 참모가 없다. 카터의 철군에 반대해 옷을 벗은 존 싱글러브 주한 미8군 참모장 같은 용기 있는 군인을 찾기 어렵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같은 신뢰 받는 인사들은 줄줄이 떠나고, 그 자리를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는 ‘예스맨’들이 채우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 야심이 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례 없는’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안전보장의 내용이 무엇인지,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공약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국민은 아는 바가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북한의 핵위협을 없애는 데 급급해서 동맹의 안보도 타협하려는 미국의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한·미 동맹은 현재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 번영과 평화의 초석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대등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무조건 따라가는 게 능사였던 시대는 지나갔다. 국민은 나라의 자존과 국격을 지키는 주체적인 대미외교를 원한다. 정부는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결의와 함께 동맹도 국익을 위해 활용한다는 용미(用美)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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