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갈등, 선동의 확대 재생산 경계해야

입력 2019-08-08 00:13  

'노 재팬' 증오심 부추기는 대신
세계 정세와 상대 노림수 알고
미래지향적으로 냉정한 대처를

이현훈 <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경제연구학회장 >



미·중 무역전쟁이 급기야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일본과의 갈등이 더해져 한국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국이 ‘무역입국’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돼 준 ‘세계화’의 물결이 퇴조하고 있다. ‘다자주의’란 이름의 거대 선박도 침몰 중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화로 인해 선진국 내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가치사슬을 자국에서 세계로 확대하면서 자국 일자리도 함께 해외로 이전됐다. 반면 선진국에는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급속히 유입돼 그렇지 않아도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빼앗아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됐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그러는 사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급격히 늘어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덕분에 선진 기술과 산업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 수출을 늘리며 국민소득 수준도 빠르게 높여 왔다.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적 위상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결국,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극단적인 포퓰리스트들이 선진국 정치권을 장악하는 빌미가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고,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무조건적인 유럽연합 탈퇴)를 공언하며 총리로 취임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이 그렇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세계화 현상이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첫 번째 세계화는 18세기 중엽 1차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수명을 다했다. 두 번째 세계화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시작됐다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종말을 맞았다. 이들 두 번의 세계화 모두 선진 산업국과 후발 산업국 간 세력균형이 변화하는 시점에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생명을 다했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앞선 두 번의 세계화 흐름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핵으로 무장한 강대국들이 뻔히 보이는 공멸의 길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선진국 그룹을 대표하는 미국과 신흥국 그룹을 대표하는 중국이 맞서는 새로운 냉전구도가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예전에 미국과 옛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나라들은 미·중 갈등 구조 속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들 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전면에 나서는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옛 소련과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신냉전의 소용돌이에서 고난의 시대를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이 그렇고, 한반도가 그렇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열강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와중에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당파 싸움만 하다가 나라를 잃은 구한말 시기가 떠오른다.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물 밖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그래야 하고, 당파를 떠나 모든 정치인이 그래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선거의 유불리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국정 책임자들이 “죽창” “의병” 운운하며 ‘노 재팬(No Japan)’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의 ‘노 재팬’은 일본 국민의 ‘노 코리아(No Korea)’를 초래하게 될 텐데, 그것이 아베 신조 총리의 노림수다. 상대의 의중과 우리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냉정하게 대처할 일이다.

8·15 광복절의 대통령 축사에는 냉정한 이성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메시지 그리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 아닌, 포용적 통합의 메시지가 담기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가 합심해 나라의 명운을 바로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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