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망상·환청 심하다면 조현병 의심을

입력 2019-08-16 10:59   수정 2019-08-17 00:48

이지현의 생생헬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조현병



[ 이지현 기자 ]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1980년대 후반 한 남성이 생방송 뉴스 진행 도중 뛰어들어 외친 뒤 유명해진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 남성이 조현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망상과 환청은 조현병 환자가 호소하는 대표 증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증 정신질환자로 인한 사고가 늘면서 조현병에 대한 관심은 물론 공포감까지 커지고 있다. 조현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약물치료 등을 꾸준히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조현병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감정 기복 심한 사춘기 증상 오해도

조현병은 뇌 속에 문제가 생겨 생각, 감정, 지각, 행동, 의욕 등 모든 영역에서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지난해 조현병 증상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2만1439명이다. 대개 100명 중 1명 정도가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은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 주로 증상이 시작된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 때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에 첫 증상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 이때는 대부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 때문에 증상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도 많다. 일부 환자는 중년기 이후에 첫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망상, 환청, 생각 장애, 감정 둔화 등은 조현병의 대표 증상이다. 갑자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으려 하거나 말수가 적어지고 표정이 사라지는 것도 조현병 증상이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은 물론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거나 감시당한다고 긴장하는 환자도 많다. 이런 증상이 쌓이면 주변을 경계해 의심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며 이유 없이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뇌 속 가지치기 과정에서 문제’ 추정

환청, 망상, 비논리적 사고, 기이한 행동처럼 다른 사람에게 없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양성증상이라고 한다. 주위 사람이 자신을 보고 수군거린다고 느끼거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의식해 행동한다는 관계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생각이나 행동을 조종당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많다.

사회적 욕구가 사라지고 정서적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음성 증상이다. 하루종일 무표정한 상태로 있거나 웃긴 상황에 놓였을 때 남들과 달리 눈물을 흘리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외부 접촉을 끊고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거나 씻지 않고 위생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도 많다.

조현병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유전적으로 발병하기 쉬운 사람이 조현병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나 심리적 상황에 놓였을 때 병이 시작된다고 추정한다. 20대 전후에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가 많은 것은 뇌신경의 가지치기 과정 때문이다.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정보의 흐름만 남기는 가지치기를 과도하게 했을 때 조현병이 생기는데 이런 뇌 속 가지치기가 끝나는 시기가 이때다. 한규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조현병이 심해지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능을 모두 잃게 돼 스스로 고립된다”면서도 “약물치료나 정신치료, 교육, 상담 등의 치료를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했다.

20대 전후 초기 증상 잘 살펴야

조현병이 심해져 환청 증상이 계속되면 피해망상이 생기고 신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교감하기 힘들어져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을 못해 고립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면 자해하거나 타인을 해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족이나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도와줘야 하는 이유다. 환자는 스스로 질환에 걸렸다고 인지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망상, 환청, 이상 행동, 정서 둔화 등의 증상 중 두 가지 넘는 증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6개월 넘게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으면 약을 먹거나 가족 상담, 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조현병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 조현병이 심해지기 전 흔한 증상이 일탈 증상이다. 이전에는 외모에 관심이 많던 아이가 갑자기 외모에 관심이 사라지고 수면시간이 불규칙해진다. 청소, 목욕 등을 하지 않아 지저분해진다. 신경이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분노감을 심하게 표출한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흔한 증상이다. ‘평소 이랬던 아이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면 조현병 전 단계 증상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조현병 약 먹으면 바보 된다?

조현병 약물치료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0년대다. 콜로르프로마진 등 뇌 속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1세대 약물이다. 하지만 도파민을 적절히 관리하는 기술이 부족해 부작용이 심했다.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을 보이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몸이 떨리는 파킨슨병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입, 혀 등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여성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 장애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약을 먹은 뒤 심한 졸음 증상도 흔한 부작용이다. “조현병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이런 약 부작용을 조절하기 위해 또 다른 약을 먹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1세대 치료제는 양성 증상을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좋았지만 음성 증상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2세대 조현병 약이 등장하면서 음성 증상들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약을 먹어도 겉으로 큰 변화가 없는 데다 부작용이 감소하면서 약을 많이 먹어야 하는 고통도 줄었다. 다만 2세대 약을 먹은 뒤 당뇨병, 비만 등 대사증후군이나 식욕 증가 등의 위험이 조금 높아진다. 이 때문에 환자에 따라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는 약을 함께 복용토록 한다. 조현병은 약을 먹으면 증상이 크게 개선되지만 약을 꾸준히 챙겨 먹지 않는 환자가 많다. 이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장기 지속형 주사제다. 한 달이나 석 달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으면 된다. 한 과장은 “조현병은 첫 발병 후 1~2년 정도, 두 번째 발병 이후부터는 5년 이상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야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가족들이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한규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 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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