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에 뭉칫돈…1조7000억 순매수

입력 2019-08-18 17:54   수정 2019-08-19 00:38

日 무역보복 이후
'달러자산 사자' 가속



[ 이호기 기자 ] 달러 자산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주식·채권은 물론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이르기까지 달러표시 자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에 이어 국내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수(매수-매도)한 규모는 14억1606만달러(약 1조7148억원)에 달했다. 이미 작년 한 해 수준(10억3596만달러)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일본의 무역보복이 본격화한 7월 이후 한 달 반 새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주식이 4억3173만달러(약 5228억원)어치에 이른다. 순매수 증가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는 추세다.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외화 ELS의 발행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화 ELS는 3조987억원어치가 발행돼 전년 동기(1조8136억원)보다 70.8%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선보인 항공기리스금융 달러화사모펀드는 출시 3주 만에 3000만달러(약 364억원)어치가 완판됐다.

강(强)달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까지 달러 강세 이어질 것"

“내년까지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독주 체제, 글로벌 금리 인하, 미국의 신흥국에 대한 통상 압박 등 요인에 따라 내년까지는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한진 수석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성장률 둔화가 뚜렷했던 중국과 달리 미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침체가 깊어지는 유럽연합(EU)과의 격차도 커지고 있어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매년 커지고 있는 미국과 EU 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격차는 올해 1.3%포인트로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혁신기업의 이익 창출능력이 독주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신흥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이 2006년 초의 60% 수준으로 뒷걸음질치는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은 198% 늘었고, 나스닥 상장 기업은 381% 급증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 하강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지만 다른 각국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는 만큼 달러 약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은 물론 이미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유럽 일본 등에서도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는 미국과 다른 나라 간 통화 정책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앞두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강달러를 견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통상 압박은 신흥국의 민간 설비투자 감소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내수가 취약한 신흥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급락 등 외부 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진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유로존, 일본 등과 대비한 미국 경기의 상대적 우위는 적어도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강달러와 함께 선진국과 신흥국 간 주가 디커플링 현상도 가속화되면서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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