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로 만든 새옷…'친환경 패션' 래코드가 뜬다

입력 2019-08-19 17:30   수정 2019-08-20 02:04

젊은층, 비싸도 가치소비
3년 넘은 재고의류 활용해 제작
희소성에 올 상반기 매출 45%↑

해외 브랜드 국내 진출 잇따라



[ 민지혜 기자 ] 코오롱스포츠의 방풍재킷과 텐트, 헤드의 티셔츠, 시리즈의 바지, 럭키슈에뜨의 원피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패션 브랜드 재고 상품은 3년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라면 대부분 폐기했겠지만, 코오롱FnC는 재고 의류를 자르고 이어 붙여 ‘래코드’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다시 내놓고 있다.

3년 이상 된 재고 의류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가 최근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지속가능성’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 독특한 패턴의 가방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도 업사이클링 패션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SPA 여러 벌보다 래코드 한 벌”

래코드는 2012년 시작한 국내 첫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당시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재고 소각 비용을 아끼고 소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꾸준히 업사이클링 브랜드에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먼저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필요했다. 래코드가 2014년부터 주말마다 서울 명동성당의 복합문화시설 ‘1898+’에서 체험 행사 ‘리테이블’을 열고 있는 이유다. 참가자들이 재고 의류를 활용해 직접 지갑 앞치마 등 생활소품을 만드는 이 행사의 참가비는 1만~4만원. 그런데도 최근 3년간 4000명이 참여했다.

코오롱FnC는 리테이블이 래코드의 인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올봄 출시한 ‘업사이클링 점퍼백’(4만5000원)은 350개가 팔렸다. 물론 제각각 패턴이 달랐다.

인건비, 디자인에 들어가는 노력, 희소성 등의 이유로 래코드의 의류는 값이 싸지 않다. 하지만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래코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옷을 여러 벌 살 돈으로 업사이클링 브랜드 옷 한 벌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래코드의 매출이 꿈틀거린 건 최근 3년이다. 해마다 40%씩 늘었다. 올 상반기엔 작년 동기보다 매출이 45% 증가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 중에서 굳이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선택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브랜드 시장 커지나

스위스의 대표적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은 올 5월 서울 압구정동에 대형 매장을 냈다. 한국의 친환경 브랜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버려지는 천막을 잘라 가방을 제작하면서 탄생한 브랜드다. 세계적으로 업사이클링의 시초가 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6월엔 미국 포틀랜드의 친환경 브랜드 ‘나우’도 스페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과 협업한 백팩 컬렉션을 국내 출시했다. 친환경을 앞세우는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도 가세했다. 이달 초엔 롯데백화점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큐클리프’와 협업해 버려지는 옷을 새 제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리바이스’ 등 기성복 브랜드들도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소품 제작 강좌를 여는 등 친환경 소비자들의 수요를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패션업계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가 밀레니얼세대, Z세대로 불리는 10~20대인 점에 주목한다. 잠재적인 미래 소비자이자 현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에게 “우리 브랜드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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