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부생들, 금융위기 이후 '돈 되는 학과'로 몰렸다

입력 2019-10-21 17:20   수정 2020-01-19 02:20


미국 학부생들 사이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문학을 위시한 인문학 전공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소위 ‘돈 잘 버는 학과’를 향한 몰림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 자료를 인용해 미국 학부생들 사이에서 STEM 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사실을 보도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우리나라의 이공계를 뜻한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선택자가 늘어난 전공은 헬스케어 관련 전공이었다. 2009~2017년 사이 무려 97.7%가 늘었다. 다음으로 컴퓨터공학이 88% 늘었고, 이후 공학(67.8%), 수학(55.2%) 순이었다. 특이한 건 국토안보 관련 전공이 42.6% 증가해 5위를 기록한 사실이다.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 연방정부가 국경수비대 등 국토안보와 관련된 일자리를 크게 증대시킨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공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건 영문학이었다. 2009~2017년 사이 25.5%가 줄었다. 다음으로 종교학을 포함한 철학이 -22%, 외국어 관련 전공과 교육학이 각각 -16.7%와 -16.3%를 기록했다.

미국 학부생들이 인문학 대신 STEM으로 몰려드는 건 실제 두 전공군 사이 기대 소득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미국 통계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23~25세 사이 근로자들의 평균 기대연봉은 6만1744달러(약 7240만원)이었던 데 반해 역사학을 전공한 사회 초년생들은 이보다 약 37% 적은 4만5032달러(약 5280만원)를 벌 것으로 기대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학부생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STEM 바람’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 STEM 학문의 성과물을 대중에게 잘 설명해주는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자신의 최신 저서인 ‘내러티브 이코노믹스(narrative economics·서술적 경제학)’에서 “내가 1930년 세계 대공황 기간 동안 일어난 일련의 경제·금융 시스템의 붕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경제학 수업에서가 아니라 학부 시절 수강한 역사학 수업에서였다”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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