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빼고 가자"…상가 '따로 재건축' 활발

입력 2019-12-12 17:04   수정 2019-12-13 00:42


서울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별개로 재건축하는 게 특징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따른 기간 지연 리스크와 사업성 악화를 피할 수 있어서다.

규제 피해 상가만 따로 재건축

잠실장미A·B 종합상가는 잠실장미아파트 단지 내 상가다. 이 아파트는 내년 3월 정비구역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상가 소유주와 조합 추진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새로 지을 상가의 위치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가 소유주들 사이에서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더 이득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가 내부에서 조직된 상가관리단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상가관리단 관계자는 “주변에 있는 미성크로바,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사업이 훨씬 더 진척된 단지들도 정부 규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아파트 주민들과의 이해관계도 다른데 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로 우리까지 손해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 재건축 사업 절차는 어떤지, 법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올림픽프라자 상가도 별도 재건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림픽프라자 상가협동조합은 얼마 전 상가 소유주들에게 상가소유주관리단 설립에 관한 동의서와 단독 재건축에 대한 설문조사지를 돌렸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와 재건축을 같이 한다면 15~20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따로 재건축을 준비 중이고 1월 중순에 상가소유주관리단의 첫 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상가 주인과 아파트 주민 간의 이해관계 차이 등에 따라 따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는 개포동 개포시영 중심상가와 여의도 공작 상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작 상가는 상가 용적률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다. 개포시영 상가는 상가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게 분쟁의 씨앗이 됐다. 아크로리버파크 앞 신반포상가는 권리관계가 복잡해 따로 재건축을 진행 중인 사례다. 상가 소유주 100% 결의를 받고 사업시행인가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규제 때문에 따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상가 소유주로서는 따로 재건축을 하는 것이 낫다”며 “아파트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앞으로 상가 별도 재건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의율이 관건

주민 동의율이 높다면 상가 별도 재건축은 공동 재건축에 비해 쉽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아파트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기까지 안전진단, 조합설립인가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친다. 공동 재건축 시 상가도 같은 법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단독으로 상가 재건축을 한다면 건축법을 따르면 된다. 조합원 동의율 규정만 넘기면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없이 관리처분인가까지 갈 수 있다. 아파트 주민과의 이해관계 불일치에 따른 사업 지연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된다.

상가의 필지가 아파트 단지의 필지와 분리돼 있다면 간단하게 재건축에 나설 수 있다. 필지가 붙어 있다면 필지 분할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필지가 분리돼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야만 별도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재건축 단지들은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아래 정비사업을 한다. 지자체는 보통 지역의 조화로운 개발을 위해 필지가 분리돼 있어도 단지 내 상가라면 공동 재건축을 하도록 계획을 세운다.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서초구 신반포4차는 작년 4월 서울시의 ‘반포·잠원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인근 반원상가, 태남빌딩과 공동 재건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조합원 100여 명이 서울시를 찾아가 시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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