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전 대통령이 이 영화를 싫어합니다 '남산의 부장들'

입력 2020-01-21 14:04   수정 2020-01-21 15:11



'각하'에 대한 미화를 한 올도 남겨놓지 않고 말끔하게 제거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당시 국가 그 자체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각하' 박정희 대통령을 2인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살해하는 사건을 다뤘다. 함께 한강을 건너며 '혁명'을 이뤄냈고, 집권 18년을 함께 했던 '각하'의 심장에 총을 겨눈 그의 선택의 이유에 대해 40일의 시간을 더듬으며 풀어낸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의 전부는 각하(이성민)였다. 대통령의 뜻이 곧 그의 뜻이었고, 각하의 말이 곧 법이었다. 결국 2인자 자리까지 올라간 그의 골칫덩이는 혁명 동지였지만 각하에게 '팽' 당한 후 미국에서 정권 폭로를 일삼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다.

절대적이었던 각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박용각의 회고록을 얻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다. 박용각은 "우리가 2인자가 아니라 각하의 총애를 받는 다른 조직이 있다"며 "내 다음은 너다"고 말하며 김규평을 흔들었다.

그 후부터 김규평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여전히 각하를 존경하고, 그의 관심과 지지를 갈구하면서도, '모지리'라 무시했던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을 곁에 두는 대통령이 걱정스럽다. 결국 김규평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마음대로 해, 임자 곁엔 내가 있잖아"라는 감언이설로 아랫사람들을 조정하는 야비하고 비겁한 리더로 그려진다. 정치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실존 인물이 아닌 허구의 이름을 가져왔어도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쓰는 설정까지 누가 봐도 박정희란 이름 석 자를 떠올릴 법 하다.

전두환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 역시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빌런이다. 엔딩 장면에도 김재규와 함께 전두환의 육성이 등장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이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현대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결말이 공개된 작품이지만, 촘촘하고 세밀한 전개로 마지막 총탄이 터지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묵직한 극에 완급조절을 하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활약도 놓쳐선 안 된다. 눈빛만으로 수만가지 감정을 보여준 이병헌과 담배를 태우며 떨리는 손까지 완벽하게 연기한 이성민의 연기는 매 순간을 명장면으로 만들어냈다. 홍일점 김소진은 선 굵은 남자배우들 속에서도 모든 장면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해냈다. 연기장인들의 숨막히는 '핑퐁'은 극의 몰입감을 더욱 끌어 올린다.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촬영한 이국적인 배경 역시 볼만하다. 200억 원의 제작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 197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미술과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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