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자궁경부암 DNA백신…면역항암제 효과 3배 높였다"

입력 2020-04-30 17:38   수정 2020-05-01 02:09

제넥신의 자궁경부암 DNA백신 ‘GX-188E’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면 항암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서는 아직 성공을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넥신은 지난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암학회(AACR)에서 GX-188E와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 26명에게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한 결과 4명의 환자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고 7명의 환자는 종양 크기가 작아졌다. 우정원 제넥신 부사장은 “종양 크기가 줄어든 비율을 가리키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42.3%로 키트루다 단독 투여의 12.2%보다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외과적 절제,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 표준 치료가 듣지 않는 이들이었다. 키트루다는 2018년 자궁경부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ORR이 매우 낮다. 암조직에서 면역관문 단백질 PD-L1이 발현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도 한계다. MSD가 키트루다의 효능을 높일 병용 치료제를 찾고 있는 이유다. 우 부사장은 “GX-188E는 키트루다에 전혀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던 PD-L1 음성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GX-188E는 체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재발 위험을 줄인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자궁경부암은 세계에서 매년 50만 명이 발병하고 25만 명이 사망하는 질환”이라며 “키트루다와 GX-188E 병용 요법을 2차 치료로 허가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병용 임상 중간 결과에 대해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임상이 마무리돼야 확실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매우 긍정적인 데이터”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키트루다 단독 투여가 아니라 키트루다와 다른 약물의 병용 투여 결과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SD는 2018년부터 미국, 유럽 등에서 600명의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파클리탁셀 등 화학항암제와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임상 결과가 잘 나와 표준 치료가 변경되면 GX-188E 병용 요법의 효능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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