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100척 발주 카타르 장관, 가스공사 사장에 "친구 먹자"

입력 2020-06-03 15:42   수정 2020-06-03 16:55

"이제 퍼스트 네임(first name·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됩시다."

전화기 너머의 카타르 국영석유회사(QP)의 사장인 사드 셰리다 알카비 에너지장관(사진)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사진)에게 말했다. 채 사장은 "그럽시다.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답했다.

최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에 80~120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카비 장관과 채 사장의 관계가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알카비 장관은 카타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자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알카비 장관은 당시 가스 거래를 하고 있던 가스공사의 채 사장을 떠올리고 전화를 건다. 당시 카타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명을 넘어선 때였다. 카타르의 거주자는 280만명, 국적자는 28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확진자가 많다.

채 사장은 카타르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바로 다음날 대전 대덕에 있는 바이오니아 회사를 찾아간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을 국산화해 만들고 있다. 채 사장은 이 회사 박한오 대표와 만나 카타르에 진단키트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박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바이오니아는 채 사장의 요청대로 이후 카타르에 진단키트와 시약 등을 보냈다. 회사는 카타르에 아예 인력까지 파견해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이에 감동한 알카비 장관이 채 사장에 감사 전화를 걸며 한 말이다. '퍼스트 네임 베이시스'는 친구가 됐다는 말을 뜻한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LNG선을 대거 발주할 움직임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채 사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가 100여척의 카타르발(發) LNG선을 싹쓸이 한 배경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와 진단키트 등으로 구현되는 K바이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정(情) 문화가 있었다"고 했다.

채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LNG선 수주에 대해 묻자 "우리의 조선 기술이 좋아서이지, 내가 한 건 조연 역할에 불과하다”라고만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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