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사 중단하고 기소 말라"

입력 2020-06-26 21:42   수정 2020-10-07 19:11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 냈다. 법조계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수사심의위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해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같은 권고를 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불법승계 의혹 수사 과정 및 추후 기소 여부 등에 대해 검찰 밖 시민(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현안위에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1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검찰과 삼성으로부터 각각 30분간 입장 설명을 들은 뒤 격론을 거쳐 표결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의 위원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년8개월여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집요하게 수사해왔지만, 이번 권고로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 부회장 등은 기소 직전에 기사회생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기소를 면할지는 불투명하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법적 강제력이 없다.

검찰도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결과까지 감안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기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2018년 검찰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뒤 검찰이 매번 수사심의위 결과를 존중하고 따랐던 전례에 비춰볼 때 검찰의 행보는 한층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수사심의위 "재판서 혐의 입증 어려울 것"…'檢 무리한 수사' 결론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여부가 적절한지 검찰 밖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던진 승부수에서 ‘완승’을 거뒀다. 검찰은 앞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까지 이번 사건이 ‘중대한 경제범죄’라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13명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위원장 직무대행 제외)들은 표결에서 10 대 3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했다. 1년8개월 동안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여왔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 “이재용 기소 말라”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마음속으로 다들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도 결국 법리를 놓고 결정했다.”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 위원들이 회의가 끝난 뒤 전한 얘기다. 법조계와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중 무작위로 추첨된 13명의 위원은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께까지 9시간 동안 회의를 한 끝에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을 기소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이들은 검찰과 삼성 측이 각각 A4용지 50쪽 분량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하고 프레젠테이션 방식의 진술도 들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불기소 의견이 기소 의견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끔 합병 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검찰이 사기적 부정거래와 분식회계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합병 비율 관련 문제가 사기적 부정거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없다는 점과 분식회계 혐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사례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오늘 참석한 위원 대부분이 법조인이나 교수들이고, 모두 1주일 전부터 자료 수집을 하는 등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왔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입증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밖의 시각에서 봤을 때 검찰이 무작정 ‘재벌 때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러난 것”이라며 “검찰로선 수사를 무리하게 이끌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검, 이 부회장 기소 강행할까

삼성 측은 이날 이 부회장 기소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앞으로 모든 형태의 거래 또는 합병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한 위원은 “경제민주화와 한국의 경제 현실, 이 부회장 부재 시 삼성의 미래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은 검찰의 향후 처분 방향에 집중되고 있다. 수사심의위 의결 사안은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이다. 하지만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여덟 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결과와 상관없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만약 기소를 강행한다면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회의가 끝난 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기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인혁/안효주/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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