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그토록 싫어한 화웨이, 이름에 담긴 그만한 이유 [너의 이름은]

입력 2020-08-02 07:30   수정 2020-10-29 00:02


지난해 5월 중국의 한 외교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밌는 사진을 게재해 온라인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이었던 자오리졘 주이슬라마바드 중국 대사관 부대사는 트위터에 "화웨이는 애플을 쪼개 놓은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그는 해당 사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토록 화웨이를 싫어하는지 이유가 드러났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에는 쪼개진 사과 사진과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화웨이 로고를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외교관인 자오리졘 부대사의 말을 우스갯소리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웨이에 대한 서방국들의 경계심은 '反화웨이 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미국을 넘어 유럽 등 서방국가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反화웨이' 움직임 미국 넘어 유럽으로 확산 중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가한 명분은 '안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 강행을 비판하며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철회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당긴 것이다.

당시 FCC는 화웨이와 ZTE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으며 미국 통신망에 접속된 이들 업체의 장비나 기술이 미국인들을 사찰하거나 정보를 빼돌리는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화웨이와 ZTE 모두 중국 공산당, 중국의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反화웨이' 움직임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연이어 화웨이에 대한 거부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이르면 올해부터 국내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화웨이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역시나 이유는 안보다.

영국 국가정보기관 '보안국(GCHQ)'은 화웨이의 기술적 위험성과 안전성을 '매우 매우 심각(very, very serious)'으로 재평가했다. 화웨이가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GCHQ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강력 제재,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까지 이루어지자 영국이 화웨이 배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도 국내 통신사들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反화웨이'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욤 푸파르 프랑스 사이버방첩국(ANSSI) 국장은 경제일간지 '레제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화웨이 설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내놨던 입장에서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화웨이 장비를 개인 데이터 등 민감 정보 처리 등에 대해서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장비 도입 자체를 막겠다는 뜻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규 도입 장비'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매트 핸콕 보건부 장관 역시 "강력한 이동통신망도 필요하지만 철저한 보안도 필요하다"며 "국가안보회의(NSC)가 올해 초 화웨이에 부과한 조건들을 평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이름 뜻…"중국을 위해 분투한다"

서방국들이 화웨이에 반감을 가지는 공통된 근거는 '안보'다. 이 회사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면 서방국들의 정서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능하다.

화웨이(華爲)란 이름은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가져와 만들었다. 즉 "중화민족을 위해 행동한다", "중국을 위해 분투한다"라고 해석된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의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업체로 1987년 설립됐다. 통신장비,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주력 제품이며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본사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고 창업자인 런정페이가 회장직을, 그의 딸 멍완저우가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특히 런정페이 회장이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데다 창업 초기에 인민군 납품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실질적 주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화웨이 이름 뜻은 중국 내에서 애국 마케팅으로 내수 시장 공략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해외에서는 중화민족주의가 부각돼 오히려 반감을 샀다. 때문에 영어권에는 화웨이의 뜻을 "훌륭한 업적(Splendid achievement)" 혹은 "중국은 할 수 있다(China is able)" 이라고 순화해 알리고 있다. 중국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서방국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향력 확대다. 화웨이는 지난 2분기(4~6월) 스마트폰 5580만대를 시장에 출하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가 1위에 올라선 것은 9년 만이다.

중국 매체 신랑망과 재화망 등은 지난 30일 시장조사 전문 캐널리스 통계를 인용해 화웨이가 2분기 스마트폰 출하 대수에서 5370만대의 삼성전자에 210만대 앞섰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출하량 글로벌 1위에 오른 화웨이는 아프리카로 시선을 돌려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화웨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동통신사 레인(rain)과 아프리카 최초로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로부터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전략이다.

카야 디랭가 레인 최고마케팅책임자는 "화웨이와 함께 구축한 5G 단독모드 네트워크는 5G가 남아공의 4차산업혁명 미래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증명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反화웨이' 전선과 한국의 이해관계

'AMERICA FIRST', 즉 자국 우선주의를 국정 운영의 제1 원칙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화웨이의 이름 뜻과 런정페이 회장의 경력은 안보 불안 등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2007년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뉴욕 출장 중이던 런정페이 회장을 조사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질적인 성장을 꾀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이 발표된 2015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5G 선두주자인 화웨이에 첨단산업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反화웨이' 전선을 구축한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화웨이는 회사명처럼 전 세계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국들의 '反화웨이' 국내 전자업체들이 주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웨이에 얽힌 한국의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연간 10조원 규모의 D램, 낸드플래시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자국 기술, 장비가 사용된 반도체 공급 통제를 강화해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5G 장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다. 미국의 압박에 서구 선진국 업체들이 화웨이 장비 구매를 꺼리고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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