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패서 배웠다"…베트남 1위 올라선 이마트

입력 2020-08-16 17:12   수정 2020-08-17 10:46

베트남에 이마트 매장은 딱 한 개다. 2015년 말 100여 명을 파견해 베트남본부를 설립하면서 호찌민 고밥점을 열었다. 고밥은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호찌민 외곽의 베드타운이다.

지난해 고밥점은 개점 4년 만에 749억원의 매출을 냈다. 단일 점포 매출로는 베트남 전체 1위다. 첫해(2016년)보다 78.7% 증가했다. 이익은 55억원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소비가 줄고 베트남 내수가 폭발하면서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빅뱅’ 직전 비유되는 베트남 소매시장
베트남 소매 유통시장은 ‘빅뱅’ 직전에 비유된다. 2018년 말 시장 규모는 1420억달러(약 167조원)에 달했다.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는 데다 경제 성장과 함께 소득 규모가 커지면서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체 소매시장의 6%를 차지하는 대형마트도 매년 20% 안팎으로 성장(이마트 추산)하고 있다. 이 시장에 롯데마트도 14개 점포를 내고 진출해 있다.

이마트 고밥점의 성공에는 중국에서의 실패가 자양분이 됐다. 중국 사업을 맡았던 천병기 전 이마트 상하이점(2호점) 점장을 베트남 총괄본부장에 임명했다. 천 본부장은 “2006년 중국에 2호점을 낼 때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로 요즘 베트남과 비슷했다”며 “당시 이마트는 한꺼번에 사람과 물자를 투입해 단숨에 시장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27개 점까지 운영하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안은 채 모두 철수했다.

이마트 고밥점은 거의 모든 점에서 중국과 정반대 전략을 썼다. 우선 ‘우보천리(牛步千里)’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에 접근했다. 2011년 시장조사팀을 먼저 파견했다. 축산을 맡은 신선식품 바이어 한 명은 호찌민 중산층 가정에서 약 1년간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 소비문화의 감을 익혔다.
해외 진출 공식 깬 이마트
출점 장소도 달랐다. 한국 유통업체들은 현지 진출 시 한인 밀집 지역을 먼저 공략했다. 이마트도 중국에서 그랬고, 경쟁 업체도 베트남에서 똑같이 했다. 이마트는 베트남에서 철저히 현지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고밥점에선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건물도 직접 매입했다. 중국에서는 다점포 동시 전개를 위해 건물을 임대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건물 매입 때문에 초기에 큰돈이 들어가지만 추후 본격적인 경쟁 상황에서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어도 직접 양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에서 현지 바이어에 의존해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중국에선 100원어치를 매입하면 중간에서 바이어들이 절반을 가져갔다. 당시 중국 대형마트 바이어들 사이에선 ‘한국 대형마트와 거래하면서 집 한 채 못 건지면 바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천 본부장은 “천천히 가더라도 이마트의 기업이념을 체득한 직원들을 키울 것”이라며 “고밥점을 열 때 협력사 간담회에서 윤리경영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이런 전략은 조용히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지 유통사와 달리 뒷돈 관행과 결별하니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대형마트의 뇌물 요구에 지쳐 있던 업체들이 이마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밥점의 성공은 이마트에 보이지 않는 성과도 안겨주고 있다. 베트남 소비 시장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다. 천 본부장은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게 개당 5000원 정도 하는 왕딸기”라며 “베트남 사람들은 싼 물건만 찾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호찌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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