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에 빚독촉 마세요' 요구 가능…소비자신용법안

입력 2020-09-09 09:30  

금융회사로부터 빚을 갚지 못한 개인 채무자가 빚을 깎아달라고 요청하면 빚독촉이 바로 중단된다. 채권추심 횟수는 하루 2번에서 일주일에 7번으로 절반 줄어든다. 채권추심회사가 불법으로 빚독촉을 하면 원래 돈을 빌려줬던 은행 등 금융회사까지 연대책임을 진다. 불법 추심에 대한 손해배상은 채권 1건당 최대 300만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9일 발표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TF 회의에 참석해 “개인들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신용법안을 마련했다”며 “금융회사들이 개인 연체채권 관리절차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원리금을 연체한 개인채무자가 혼자서는 빚을 갚을 수 없겠다고 판단한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에 빚을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채무조정을 요청할 때는 소득이나 재산현황 등 상환이 어렵다는 증빙자료를 갖춰야 한다. 금융회사는 채무조정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안에 채무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연체기간 등 채무특성에 채무감면율과 상환일정 등을 정한 내부기준을 반드시 세워놔야 한다. 내부기준에 걸맞는 채무조정이라면 무조건 응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채무조정을 제안하고 채권자가 수용하면 합의가 성립된다.

채무금융회사가 개인연체채권에 대해 기한이익상실이나 빚독촉업체에 채권 매각 절차를 진행할 때는 채무조정 협상이 의무화된다. 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30일(주택담보대출은 60일) 이상 빚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에게 원금 전체를 바로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이것이 기한이익상실이다. 금융회사는 채무자에게 기한이익상실 또는 채권 매각 양도일까지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예정일 10영업일 이전까지 알려야 한다.

만약 채권금융회사의 통지가 10영업일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통지가 전해진 날로부터 10영업일이 지나야 계획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개인 채무자가 정해진 기간안에 채무조정을 요청했다면 금융회사는 채무조정 심사결과를 채무자에게 통지하기 전까지 기한이익상실이나 채권 매각을 할 수 없다.

1가구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서 금융회사가 경매에 넘길 때는 경매신청 예정일까지 채무조정 요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예정일 10영업일 이전까지 통지해야 한다.



금융위는 채무조정교섭업도 도입키로 했다. 개인 채무자가 빚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무조정교섭업체는 최대 100만원을 받고 채무조정 요청서의 작성과 제출 대행, 채무조정 조건의 협의대행 등을 도와준다. 대부업체와 대부중개업체, 추심업체 등은 이해상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채무조정교섭업을 할 수 없다. 채무조정교섭업체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접수대행, 채무조정안 상환현황 관리, 재무상담 등을 부수업무로 할 수 있다.

개인 연체채권에 대한 금융회사의 이자 부과에도 제약이 이뤄진다. 지금은 기한이익상실 처리가 되면 원금 전체에 대해 원래 약정했던 이자와 함께 연 3%포인트의 연체가산이자가 붙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상환기일을 넘어서는 돈에만 연체가산이자를 내야 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빌렸고 이 가운데 10만원을 갚지 못했을 경우 기한이익상실 결정이 나오면 100만원에 대해 연 3%포인트의 연체가산이자가 붙는다. 앞으로는 1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회수불능으로 판단하고 ‘모두 떼인 셈 치겠다’며 추정손실로 분류한 채권에 대해 법인세 감면혜택을 줬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은 채권은 이자를 받지 않는 조건에서만 채권추심회사에 매각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연체채무자에게 이자를 계속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연체채무자가 채권양도 이후 늘어난 이자까지 상환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회수가치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는 채권의 회수가능성과 실익을 고려해 채권의 소멸시효 기준을 이사회 의결로 마련한 뒤 이 기준에 따라서만 채권의 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채권추심 횟수도 절반 이상 줄어든다. 현재는 하루에 2번까지 추심행위를 할 수 있는데 소비자신용법안은 일주일에 7번으로 줄여놨다. 방문이나 말, 글, 음향, 영상,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가운데 어떤 것을 횟수에 포함할지는 시행령에서 규정키로 했다.

빚독촉을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개인 채무자는 채권추심자에게 특정한 시간대 또는 특정한 방법·수단을 통한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다. 월요일 오후 2~6시까지는 전화를 하지 말아달라거나 직장을 찾아오지 말고 인근 카페에서 만나자고 할 수도 있다. 채권추심자는 추심활동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추심업체를 선정할 때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개인 연체채권을 팔거나 추심을 위탁할 때는 추심인력의 규모와 전문성, 민원내용이나 처리체계, 채권추심 관련 법 위반 내역 등을 고루 따져야 한다. 매입채권추심업자를 고를 때는 채권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채무조정 내부기준 내용과 현황 등까지 고려야 한다.



금융회사는 추심업체가 소비자신용법과 채권추심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점검해야할 의무가 있다. 위법 사항을 견생하면 금융위에 즉시 보고를 해야 한다. 매입채권추심업체가 빚을 받지 못해 다른 추심업체에 채권을 재매각하려고 하다면 원래 금융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추심회사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까지 공동책임을 진다. 개인 채무자는 소비자신용 관련 업자와 금융회사에 채권 1건당 300만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금융회사는 추심회사의 관리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융위는 채권추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태료(채무조정 요청권 안내 의무 미이행)와 기관 및 임직원 제재(상각 처리된 채권에 이자를 붙이는 행위) 등의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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