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거절한 집주인 1년 살고 매각…새 집주인도 실거주하면?[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입력 2020-09-22 13:18   수정 2020-09-22 14:54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31일 개정된 뒤 주택시장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자취를 감춘 전세매물과 전·월세 전환율,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정부도 지난달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을 내놓고 궁금증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대출금리 등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은 전·월세전환율(4.5→2.5%)도 낮췄습니다. 하지만 추가 규제로 인해 얽힌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계약갱신청구권 거절한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다가 집을 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새로운 집주인도 실거주를 하면 다른 임차인을 들인 것이 아니니 주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교통부의 입장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입니다. 새 주인에게 매각했고, 그 주인이 직접 실거주한다 해도 임차인 입장에선 기존 집주인이 집을 팔았으므로 갱신 거절 사유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임차인이 “집주인이 갱신 거절 사유를 어겼으며 나는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느라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라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건 아래 문답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집주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 거절 후 주택 매각. 문제없나?

A. 주임법에선 다른 사람에게 임차한 경우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임법에 명시했다. 매각과 관련해선 주임법에 관련된 규정이 없다. 국토부에선 민사상의 일반적인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침해해서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된다면 민사상의 일반적인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매도인이 “원래는 본인이 직접 거주하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한다면 불법성이 인정 안 될 수도 있겠다. 근데 단지 특별한 이유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매도를 했고 사유도 적절하게 소명하지 못했다면 일반적인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국토부에선 판단하고 있다. 이건 주임법의 해석이 아닌 민사상의 일반원칙에 따른 해석이라고 봐야 한다.

Q. 2년 갱신 거절한 집주인, 2년 실거주 해야 하나?

A. 2년 실거주해야 한다고 주임법에 명시되어 있진 않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 문구를 보면 그런 부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규정한 것을 보면 갱신되었을 기간 내에 다른 임차인을 받았을 경우 손해배상 하도록 했으니 그 정도의 의무가 있다고 해석상 볼 수 있다.

Q. 갱신 거절 후 다른 임차인 받으면 안 된다. 그런데 집주인이 1년 정도 실거주 후 매각한 뒤 새 집주인도 임차인 받지 않고 직접 1년 더 거주했다. 이 경우 2년 동안 새 임차인을 받지 않았다. 문제없나?

A. 그렇게 도식적으로 보긴 힘들다. 집주인 입장에서 임차인의 갱신 청구권을 침해하는 불법성이 인정된 경우에는 다음 집주인이 실거주를 했더라도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
집주인이 원래 살 생각이었는데 주택을 매각했을 경우,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적인 고의나 과실 등이 인정돼야 한다.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이게 아닌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해 주택을 매각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Q. ‘불가피한 사유’가 모호한데 어떻게 봐야 하나?

A. 피치 못 할 사유가 뭔지는 법원 혹은 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다만, 주택 매각 사유가 갱신거절을 할 당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면 피치 못 할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실거주 기간 2년 이내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유가 발생해 예정에 없던 주택 매각을 해야 하는 경우다. 이런 부분들이 소명되어야 한다. 주임법의 취지를 봐야 한다. “임차인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Q. “국토부 해설서 어디에도 집주인 실거주로 인해 계약갱신 거절 시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2년 실거주 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해석일 뿐이다. 또 주임법에도 ‘새 매수자는 매도인의 모든 권리를 승계한다’는 법령에 기반 한 내용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A. 이미 갱신거절을 했으면 해당 집주인과 세입자의 임대차 관계 즉 계약관계가 끝난 것이다. 새 매수인이 임대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는 없다. 임대차 계약이 존재하는 도중에 집주인이 바뀌었을 때 법에 의해 임대인의 권리의무 관계가 승계된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위의 경우처럼 갱신거절을 한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매도를 한 경우는 임대차법에 있는 내용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민사상의 일반원칙, 민법상의 일반원칙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5%만 더 올려주면 2년을 더 살 수 있는 상황인데 집주인이 갱신 거절 후 다른 사람에게 매도했다면 어떻게 보면 ‘허위의 갱신거절’이라고 볼 수 있다.

Q.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아무 책임 없다’에서 ‘얼마의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나?

A.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본다. 핵심은 당사자인 임차인 스스로가 얼마만큼 피해를 입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요새 전셋값이 상당히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갱신거절을 당한 임차인들이 느끼는 피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앞으로는 집주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 한 경우 임차인이 실거주 여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현재 이런 내용을 담은 주임법 시행령 개정해 입법예고 중이다. 이달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차인이 다른 전셋값을 구하느라 큰 비용부담을 치렀는데 집주인이 실거주 도중 집을 매각했을 경우 조회를 해보면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해야 할 지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Q. 좀 더 명확한 해석과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혼란이 잦아들 것 같다.

A. 법 시행 초기라 아직 사례가 안 나왔다. 이와 관련된 사례가 판례 혹은 분쟁조정을 통해 나오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러 사실관계에 따른 사례가 나오면 임대차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생길 수 있다. 이를 통해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저 정도면 손해배상 할 수 있는 경우구나” 이런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새 주임법이 정착될 것이다. 집주인도 갱신 거절 후 집을 매각할 때 이런 부분들을 더 신중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임차인도 보다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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