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상승폭 주요국 1위…"원화강세, 당분간 이어질 것"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0-10-15 12:00   수정 2020-10-15 13:33


원화가치가 최근 한달 반 새 3.5%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같은 가치 상승폭은 세계 13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원화가 저평가 됐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가치의 빠른 상승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밝히는 등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원화가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9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3.5% 상승했다. 세계 13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치 상승폭이 컸다. 남아공 란드(2.8%) 멕시코 페소(2.5%) 중국 위안(1.6%) 일본 엔(0.5%) 등이 한국 원화의 뒤를 이었다. 반면 터키 리라(-7.2%)는 가장 낙폭이 컸다. 터키가 지중해 천연가스 개발권을 놓고 그리스·키프로스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루블(-3.5%), 영국 파운드(-3.3%), 유로(-1.8%) 등도 하락폭이 컸다.

구종환 한은 외환시장팀 과장은 원화 가치가 급등한 것에 대해 "지난달 중순 들어서 한국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꺾인 결과"라며 "그동안 약세를 보인 미 달러화에 비해 원화가치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인식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미 달러화 가치(달러인덱스 기준)는 5.4%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1.3% 오르는 데 그쳤다.

앞으로 원화가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은 등 외환당국이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의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와 코로나19 전개 흐름이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원화가치 하락을 일부 용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 총재 발언은 최근 원화가치 강세에 대해 불편하지 않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며 "환율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전날 원화 강세가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외환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 총재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개입 강도가 예전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발표를 계기로 원화 강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채권시장을 등지면서 그만큼 원화를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을 보면 올해 44%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5년까지 60%선에서 관리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정부가 확대재정 의지를 밝힌 것으로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채 과잉공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 재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 과잉공급으로 국채 값이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매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외국인 투자금은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1000만달러 순유출되는 등 지난해 12월 후 9개월 만에 순유출 흐름을 보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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