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벤처 창업자에게는 차등의결권 허용한다는데…

입력 2020-10-26 09:00  

[찬성] 벤처기업 경영권 유지에 꼭 필요, 속히 도입해야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을 비롯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청년세대 등에게 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대기업으로 키우려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이 성장 때 필요한 자본조달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 상법에서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의 인공지능(AI) 정보기술통신(ITC) 핀테크 바이오 등 이른바 미래형 ‘4차산업’ 관련 벤처기업들이 이 제도 도입을 계속 요구해왔다. 연구개발의 기간은 길고 단기간에 매출과 이익 증대는 어려운 업계의 현실적 애로 때문이었다. 벤처캐피털 등에서 개발과 경영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힘들게 만든 회사의 지분을 넘겨줘야 하는 등으로 경영권 유지 걱정을 해야 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법안이 나왔으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 때문에 법제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예외 없이 벤처기업 육성을 정책 목표로 내걸어 왔던 만큼 이런 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이 만들어진 이후 본격적으로 클 수 있는 토대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코로나 위기 극복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미국 등지에서 극단적으로 1주만 가지고 있어도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특정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황금주 제도)까지 인정하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영권 보장·유지 제도 없이 기업은 성장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 특혜논란 극복하려면 모든 기업에 적용해야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허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벤처기업에만 국한된 특혜다. 상장기업 등 대기업과 일반 기업 등을 향한 정부의 규제정책과 한번 비교해보라. 최근의 ‘기업규제 3법’ 등을 비롯해 그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정부와 국회의 간섭은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벤처기업은 벤처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문서와 서류도 많고, 준비기간도 필요해 쉽지 않다. 기술력이 있으면서도 벤처로 인정받지 못하는 혁신적인 일반 중소기업들 처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육성 취지로 출범된 코넥스 상장회사들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현실을 보자는 것이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복수의결권을 ‘상장 후 3년’에다 최장 10년만 주는 것도 제한적인 효과에 그치게 하는 요인이다. 소액 주주와 채권자 보호 등의 이유가 내세워졌지만 감사의 선임 및 해임, 이사 보수, 수익 배당과 같은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 적용을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가 있다. 아울러 ‘보유 지분 30% 이상의 주주’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출 벤처기업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현재 한국에는 약 36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는데 벤처 인정을 받은 비상장 기업은 3만8000개 정도여서 소수 기업에만 적용되는 특혜정책이 될 수 있다. 이렇게라도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한편으로는 힘겹게 중소기업 범주에서 벗어난 기업에 대해서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 온갖 낡은 규제로 옥죄고 있으니 정책의 기본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길 수밖에 없다.
√ 생각하기 - 기업발전 생태계 활성화 논의의 계기로 이어가야
창업→보육→육성→상장→성장으로 이어지는 벤처기업의 발전 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기업이 크면서 일자리가 생기게 하고, 소비와 투자의 주체로서 커 나가면 세금도 많이 내게 된다. 경제가 선순환되는 기본 구조다. 복수의결권보다 더한 우대 정책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벤처 인증 기업에만 제한할 이유는 없는 제도이기도 하다. 앞으로 반(反)기업 성향의 사회단체나 학계 일각의 반대 논리를 정부가 얼마나 잘 이겨내고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나아가 이런 정책을 계기로 벤처든 대기업이든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 프렌드리’ 정책을 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불황 때가 아니더라도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그런 기조다. 경영권을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국경선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먹잇감을 찾는 현실을 보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매출 증대, 이익 내기 등으로 위기 극복도 힘겨운 판에 경영권까지 불안하다면 기업의 성장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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