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진희 “4회까지는 무조건 봐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입력 2018-02-05 09:48  




배우 백진희가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갱신했다.

지난달 23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이하 저글러스)은 9.1%(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장식하며 끝을 맺었다. 그 중심에는 배우 백진희가 있었다.

“‘저글러스’를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요. 마지막 촬영 때 울컥해서 펑펑 울었어요. 내겐 절실한 드라마였어요. 감독님이 1~2회를 보고 저한테 ‘백진희가 아닌 좌윤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작가님도 종방연 때 비슷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죠.”

‘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을 지닌 좌윤이(백진희)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남치원(최다니엘)이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 백진희는 다재다능한 비서 좌윤이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비서가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는 흔치 않았다.

“공백기 때 영어 공부도 하고, 일어 공부도 하고, 수영도 다녔어요. 꽃꽂이도 배우러 다니고. 근데 그 때마다 ‘난 배우인데 여기서 뭘 하는 걸까, 배우는 연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은 연기였어요. 쉬는 동안 브라운관 속 배우들과 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휩싸였어요. 자책도 많이 하고. 나와 맞는 캐릭터와 장르를 꼭 한 번만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바랐죠.”

그간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온 백진희는 극중 모든 일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 비서 좌윤이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데뷔 10년 차 배우의 내공은 코믹부터 오열, 망가짐을 불사하는 연기를 저글러스 마냥 소화했고 이는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로맨틱 코미디는 너무 하고 싶은 장르였어요. 윤이 자체가 매력적이었죠.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내 안의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작가님께서 윤이 캐릭터를 잘 써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어요.”




그가 아닌 좌윤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매 회마다 변화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정연기는 극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모셨던 상사에게 배신을 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나 슬픔에 잠긴 표정부터 최다니엘이 자신의 2층 세입자라는 걸 알고 놀란 표정, 생각에 잠긴 표정, 결의 찬 표정, 최다니엘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 표정 등 다양한 표정연기가 극의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저는 평탄한 삶을 살았어요. 유복하진 않았지만 아쉬움 없이 자라서 사연 있는 캐릭터를 공감하고 그 인물이 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죠. 좌윤이는 저와 닮은 점도 많았고, 제 안에 있는 부분을 표현하면 되는 친구여서 어려움보다는 신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최다니엘과 만나 내는 시너지는 극을 풍성하게 했다. 백진희와 최다니엘은 동료와 연인을 오가는 관계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며 직장인들의 일과 사랑을 동시에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악연으로 얽혔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달달하게 전달, 드라마의 인기를 앞서 견인했다.

“(최)다니엘 오빠와 잘 맞았어요. 오빠는 대본에 유연하고 난 충실한 편이에요. 서로 상의하며 로맨스 장면을 만들어냈고, 감독님도 다 수용해 주셔서 예쁜 장면이 나왔어요.”

백진희가 캐릭터 분석을 하며 비서 역할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이었다. 단발머리로 변신한 뒤 한층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로 시선을 끌었는가 하면 트레이드마크인 귀엽고 밝은 미소까지 더하며 힘든 촬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 현장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이 길었고, 대본에도 긴 머리 설정이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제가 한다면 활동성 있는 단발머리가 더 좋을 것 같아서, 자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작가님,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자르게 됐어요. 촬영할 땐 좋았지만 머리카락이 자라고 나니 관리하기가 힘들어졌어요. 빨리 자랐으면 좋겠어요.”




‘저글러스’는 초반엔 경쟁작에 밀려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것도 사실. 하지만 로맨스와 함께 직장인의 애환을 공감가게 그려내며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잘 만져진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뒷심을 발휘했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극 초반 다리 부상으로 작품에 폐를 끼칠까 봐 노심초사했어요. 경쟁작이 먼저 시작한 터라 승산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전작에 대한 아픔도 있고, 초반 분량도 많아서 극 초반에 역량을 다 쏟아 부으려고 했어요. 윤이가 끌고 가는 부분이 많아서 실수하면 안 됐어요. 주인공은 위축되지 않고, 외부 요소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데뷔한 백진희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금 나와라 뚝딱!’(2013), ‘기황후’(2013), ‘트라이앵글’(2014), ‘오만과 편견’(2014), ‘내 딸, 금사월’(2015), ‘미씽나인’(2017) 등에 출연했다. 그간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백진희는 ‘내 딸, 금사월’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금사월이 그의 인생캐릭터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저글러스’로 확실히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미씽나인’ 종영 후 로맨틱 코미디에 욕심냈어요. 제가 가진 장점을 로맨틱 코미디에서 극대화시키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그려진 게 마음에 들어요. 저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글러스’가 그런 작품이 됐어요. 이제 ‘로코’의 맛을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밖에 나가면 ‘하이킥’의 진희로, ‘기황후’의 타나실리로, ‘금사월’의 사월이로 불렸는데 이제는 ‘저글러스’로 불려요. 20대 초반에는 ‘하이킥’으로 중반에는 ‘기황후’로 후반에는 ‘저글러스’를 만나면서 성실하려고 했고 저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말 감사하죠.“

코미디, 미스터리, 사극, 로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타고난 연기 내공을 펼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백진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갈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스스로 다독여주고 싶어요. 작품 할 때마다 연기력이 뛰어나게 나아지지 않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감사해요. 예전에는 연기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은 좀 더 멀리 바라보고 있어요. 책임감을 느끼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바라보고 있어요. 주인공으로 극을 끌어갈 힘과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지금처럼 친근한 이미지도 좋아요. 4회까지는 무조건 봐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품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예요. 그래서 매번 긴장하죠. 4회 안에 재미가 없으면 바로 채널이 돌아가잖아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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