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을 실현하다’ 송지은 “30대는 인생의 주체가 되고 싶었어요”

입력 2020-08-04 07:48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지 어언 12년차. 시크릿의 매인보컬로 2000년대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고, 이후 솔로 가수로 대중 앞에 섰던 송지은은 이제 ‘CEO’가 됐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을 가수 겸 배우, 그리고 연예 기획사 공동대표라 수줍게 소개했다. 아직은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 또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라며 긍정 에너지가 깃든 미소에서 왠지 모를 강단이 느껴졌다.

송지은은 최근 원소울이앤엠을 설립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대형 기획사의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던 아이돌 그룹 멤버가 연예 기획사를 차린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어려움도 상당했을 터.

“저는 제작에만 관여해요. 매니지먼트는 공동 대표님이 하시고요. 그동안 차려 놓은 반찬 중에 골라 먹었다면 이제는 시작부터 모든 결정이 저한테 있어요. 그동안의 과정과는 달라서 힘들었어요.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앨범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나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게 상상했던 것보다 힘들더라고요. 하나씩 배워나갔던 것 같아요. 시크릿 활동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가요.”

송지은은 왜 연예 기획사 설립을 꿈꿨던 것일까.

“20대 후반에 큰 성장통을 겪고, 30대는 인생의 주체가 되고 싶었어요. 실패를 해도 내가 해보고 싶었죠. 수첩에 적어보니 가수를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내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수동적인 삶을 살았어요.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어지니까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구나. 능동적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에 대한 갈증이 많았어요. 음악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재미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OST에 참여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했지만, 드라마의 의도에 맞춰야 하니 오롯이 내 이야기를 담거나 해석할 수는 없었어요. 온전한 나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행복함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목소리로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는 가수라는 직업에 감사해요.”

송지은은 지난달 26일 세 번째 미니앨범 ‘드림(Dream)’을 발매했다. 거취를 옮기고 발표한 첫 음악. 그간 각종 드라마 OST로 꾸준히 노래해 온 그였지만 솔로 앨범을 내는 건 지난 2016년 9월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바비 돌(Bobby Doll)’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한 분야에 치중하기 아쉽더라고요. 크고 작은 드라마에 출연했었고, OST에도 참여하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도전하는 일마다 배우는 자세로 임했어요. 예전에는 녹음실에 가서 녹음만 하면 앨범이 뚝딱 만들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사소한 것들부터 꽤 무거운 사안들까지 결정하고 소통하며 인간 송지은의 성장을 느꼈어요. 몇 달 만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깨달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가짐과 생각이 많이 성장했고 뒤집어엎어져 버렸어요. 때로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고 그게 합리적일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가는 길에 조금 더 자신 있게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이틀곡 `MIL(Make It Love)`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을 그린 노래다. `MIL`은 1인치의 1000분의 1의 길이로 상당히 가까운 거리를 의미하는데, 사랑하는 연인이랑 하루 종일 간격 없이 가까이 붙어있고 싶은 마음을 이에 빗대어 표현했다. 시크릿 메인보컬 출신인 송지은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고, 솔로로도 ‘미친 거니’, ‘희망고문’, ‘쳐다보지 마’, ‘텔 미(Tell Me)’ 등 보컬이 돋보이는 곡들을 발표하며 역량을 입증해왔다. 그는 이번에 발라드가 아닌, 상큼 발랄한 서머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을 나열해 보니 꿈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어 나가고 싶었어요.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안 하려고 했어요. 시크릿 메인 보컬로 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의 곡을 많이 해서 졸업해야겠다고 했는데, 여름에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음악에 녹여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정한 틀에 가두기보다는 하고 싶은 걸 느끼는 그대로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발라드를 택하지 않았어요. 앨범을 계획한 게 한참 무더워지기 전인 여름이었어요.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인데 4년 만에 나타나서 진지하게 내 얘기를 하는 게 과연 맞을까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MIL(Make it love)` 외에도 꿈에서 깼을 때의 희미한 느낌처럼 한순간 사라진 아름다웠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발라드곡 ’신기루‘, 잠에 들기 전 편안한 힐링을 선사하는 팬송인 ’크래들송(Cradlesong)‘ 등이 실려 보컬리스트 송지은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목소리가 노래 스타일에 따라 변하는 것이 저의 장점이에요. 가이드 보컬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음색은 타고난 것 같아요. 1번 트랙의 ‘신기루’에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희미하고 불투명한 느낌을 담았고, 3번 트랙의 ‘크래들송(Cradlesong)’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쁜 꿈꾸지 않고 편히 자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앨범을 구성하는 3곡이 모두 꿈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제를 꿈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보컬이 돋보이는 곡을 만드는 게 목적은 아니었고, 더운 여름에 음악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트랙 분위기를 신경 썼고, 그러다 보니 덩달아 멜로디라인에 힘이 실린 것 같아요.”

시크릿의 메인보컬 출신이자 보컬리스트로도 사랑받았던 그를 기다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마음은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음악으로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이어폰을 꽂고 대중교통을 탈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내가 마치 그 노래 속 주인공이 된 것 같고, 세상에 나만 있는 것 같았어요. 음악이 경쾌해지면 나도 밝아지고, 음악이 우울해지면 덩달아 기분이 다운되는 걸 느꼈어요. 요즘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지 않나요. 그런 것들이 답답함으로 남아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노래가 있다면 어떨까 싶었어요. 운전하거나 지하철을 탈 때 이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떠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간단하고 조그마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회사 대표가 됐으니 성적 부담감도 더 커지지 않았을까.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이번에는 방송 활동보다는 온전히 음악에만 신경을 썼어요. 이 음악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앨범 자체에 신경을 기울였어요. 음악에는 힘이 있어요. 음악으로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음악 작업 계획도 정해놓기보다는 모든 것이 기분 좋게 맞아떨어질 때 하고 싶어요. 언제인지 말로 내뱉어 놓는 게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이 되기 때문에 섣불리 약속하지 않으려 해요.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걸 내 목소리로 완성하는 작업이 즐겁고 행복해요.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음악으로 인사드리려고 노력할 거예요.”




오랜 만에 만난 송지은은 과거 앳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한층 성숙하고 안정적인 모습의 그는 앞선 2년의 공백기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28~30세 때 정말 힘들었어요. 모든 상황 자체가 바뀌고 안전한 울타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면서 한없이 약해졌죠. 생각이 많아 계속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안 좋은 걸 상상하는 습관을 버렸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생각하지 않아요. 2년의 공백기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처가 맞아요. 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31세의 나도 없었을 거예요.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25세 전에는 모든 기준이 내가 아닌 남한테 있었어요. 그러니 계속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남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이는 비교 의식이 나를 갉아먹었어요. 25세 이후로 시선을 남이 아닌 나로 옮겼더니 타인한테 주고 싶은 게 생기더라고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파악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다른 사람들이 더 보이기 시작했어요. 25세를 기점으로 자존감이 되게 많이 회복돼 굳어졌어요. 오히려 서른이 되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서른이 되면서 좋았어요. 아홉수가 안 좋다고 하는데, 불안정한 것에서 안정한 것으로 가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런 마음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 31세가 된 지금 나는 제일 행복하고 예쁜 나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 할 것 같은 송지은이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일까.

“20살 때부터 운전을 해서 혼자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술은 반주 정도, 즐겨하지는 않아요. 제가 욕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에게 최고의 일탈은 드라마에서 불량소녀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었어요. 대사를 하는데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연기로 일탈을 꿈꿔요. 오디션의 기회 자체로도 기뻐요.”

솔로 송지은에게 단연 빼놓을 수 없는 히트곡은 2014년 발표했던 ‘예쁜 나이 25살’이다. 당시 25세였던 그는 당차고 솔직한 매력이 가득 찬 이 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예쁜 나이 25살’은 저에게 전환점이 된 노래에요. 노래에 나를 담은 게 처음이었죠. 그 때 몇 달만 있으면 꺾인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서 불안함이 있었어요. 작곡가랑 얘기하던 중에 ‘아이돌로서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말을 했더니 ‘무슨 소리냐. 네 나이가 제일 예쁜 나이다. 너는 서른이 돼도 예쁘다’고 해주더라고요. 그 말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25세만이 아닌, 오늘을 사는 나이가 예쁜 나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죠.”

송지은은 최근 유튜브 채널 ‘뽀송지은’을 오픈했다. 의미는 ‘For 송지은’으로, 나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그야말로 본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처음부터 음악방송은 안 하기로 했어요. 시크릿 때도 예능은 어려워서 안 했어요. 라디오는 너무 편해요. 요즘은 유튜브라든지 개인 플랫폼이 너무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앨범이 아니어도 충분히 다양한 모습으로 음악을 할 수 있고,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건 나만 노력하면 되는 부분이니 최선을 다해 노력할 거예요. 팬들은 내겐 늘 감사한 분들이에요. 서로 얼굴은 알지 못하지만 댓글 하나하나에도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요. 내 감성으로 만든 음악에 공감해준다는 건 나에 대해 공감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든든한 나의 편, 가족이 뒤에 있는 느낌이에요. 팬들은 내가 음악으로 어떤 것들을 전해드려야 할까 매번 고민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송지은이 걷고 있는 길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앨범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30대의 송지은은 어떻게 그려질지 저도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가수로는 언제든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앨범을 만들 생각이에요. 또 공백기 동안 몇 곡 작곡에 참여하면서 작곡에도 재미를 느꼈어요. 음악 활동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할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는 내 깊숙한 곳에 있는 본연의 모습들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가 있어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음악은 하면 편안한 마음이고, 연기는 치유 받는 느낌이에요.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후배들이 바라봤을 때 귀감이 됐으면 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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