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지각변동'…셈법 복잡해진 韓 기업

신동호 기자

입력 2020-09-15 15:31  

오늘부터 전 세계 반도체의 화웨이 공급이 전면 금지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0시(미 동부시간, 한국 시간 오후 1시)부터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사용해 생산된 물품을 화웨이와 자회사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엔비디아는 1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그룹(회장 손정의)의 ARM홀딩스를 400억달러(약 47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업계 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 금액이다.
이번 인수로 엔비디아는 주력인 GPU는 물론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설계까지 아우르게 됐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업계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ARM을 인수하면서 반도체업계를 뒤흔들 공룡이 탄생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화웨이 제재로 국내기업은 연 10조원 이상 매출 감소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거래를 위해선 별도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미 상무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승인 허가를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거래 승인 허가가 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단기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매출처를 찾지 못하면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있다.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연 10조원의 매출 감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중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41.1%다.
반도체 총수출액 547억4천만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달러 어치가 중국에 팔린 것이다.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으로 이 수출액 중 많은 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구동칩이 달린 OLED 패널을 공급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거래 허가 승인을 기다리는 한편, 화웨이를 대체할 거래선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연간 2억대 정도를 파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삼성·LG전자가 점유율 일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시장 1위인 5G 통신장비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도체 역시 대체 수요처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오포와 비보·샤오미 등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울 수도 있지만 이들이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할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정도기 때문이다.


■ 반도체 슈퍼공룡의 탄생

반도체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ARM 인수로 그야말로 거대 반도체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고 이야기한다.
전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사인 ARM이 하나가 되면서다.
전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AP) 대부분(95%)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한다.
향후 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고성능 GPU와 CPU 기술을 모두 한 회사가 갖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ARM을 통해 경쟁사와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특허를 이용해 경쟁 우위에 설 수도 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ARM의 반도체 설계를 더 이상 팔지 않고 독점 사용하려 할 수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2014년 삼성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예상되지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이 과정이 최소 1년6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를 꼽는다.
워낙 고도의 기술이 `국경`을 타고 넘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50조원(4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의 `독점 금지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퀄컴은 인수가 무산돼 해약수수료만 20억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 韓 반도체 기업은 앞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굵직굵직한 사태를 관망하며 `이면`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큰 폭풍들이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와 관련된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SMIC 제재 가능성은 미중 갈등과 관련이 있고 엔비디아의 ARM 인수도 영국 기업의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결단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화웨이 제재부터 엔비디아 ARM 인수까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겐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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