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교수 "도시재생 7년, 잃어버린 7년"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1-08 15:00   수정 2021-01-09 22:43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인터뷰
도시재생 사업 허상 꼬집어
"정비사업 대신 선택했지만 성과는 전무"
"흩뿌려 놓은 도시재생, 선택과 집중 해야"
집·도시·건축 이야기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와 함께 들어봅니다. 방송에 모두 담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된 지 7년이 지났다. 기존 주거지를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도시재생, 과연 소기의 성과를 이뤘을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창무 교수(한양대 도시공학과)는 "시간과 돈이 막대하게 투입됐지만 남은 건 없다"며 "도시재생이라는 신기루를 좇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도시재생은 재건축·재개발의 대체재가 아니다. 수년간 흩뿌려놓은 도시재생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지난 2015년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선정된 창신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으로 약 900억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마을버스조차 다닐 수 없는 환경이다. 영상취재=김성오.
Q. 최근 도시재생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진다.

"도시재생이 시작부터 너무 큰 목표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기루인 측면이 크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했다. 도시재생과 재건축·재개발은 동일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시작부터 성과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Q. 투입된 비용·시간 대비 성과가 아직 안 나온다는 건가.

"아직 안 나온다기보다는 앞으로도 안 나올 수도 있다. 소모성으로 사라지는 자금이 너무 많다. 시드머니(종잣돈)가 돼서 새로운 개발 활동의 기틀이 되지 못한다. 인건비로 사라지고, 환경 미화 사업으로 사라지고, 페인트가 낡아서 사라진다. 투입된 자금이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아무런 성과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런 내용이 많았던 게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한계다."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영상취재=양진성.
Q. 도시재생이 왜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지 못했을까. 해외와 비교한다면.

"도시재생을 이렇게 대규모로, 전국적으로, 1년에 100개씩 선정하는 나라가 없다. 도시재생 성공 사례는 굉장히 특수한 사례다. 일본의 `롯폰기 힐스`, 영국의 `도크랜드`를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는데, 사실 몇 곳 안 된다. 그런데 그런 것만 보고 나서 국내 도시재생으로 1년에 몇조 원, 100여 곳 선정해서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지나치다. 도시재생은 성격 자체가 특수하다. 특수한 상황을 갖췄을 때 성공하는 접근 방법이다. 그런데 그걸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일반 회로로 적용한 게 실수라고 본다."

Q. 도시재생이 정비사업의 대체재가 못 된다는 건가.

"대체재가 못 된다. 도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주거에 대한 양적·질적 요구도 높아진다. 도시재생은 주택의 양적·질적 확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계속 정체될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이 추진된 지 수 년이 지났다.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시민이 원하는 질적으로 향상된 주택 공급은 위축됐다. 재건축·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선택한 서울시의 패착이다. 도시재생을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시각이다. 도시재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몇 곳이 있고, 주택시장에서의 질적·양적 요구를 채워주는 역할은 정비사업에 맡겨야 한다.

변창흠 장관 말대로 기존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고밀 역세권 개발로 푼다고 해도, 결국 고밀 역세권 개발이란 것 자체가 재개발의 한 유형이다. 기존 개발지를 어떻게든 재개발해서 주택을 앉히는 형태다. 일부 지역은 급격한 변화를 겪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게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의 성격인데, 그걸 무시하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집값과 임대료의 상승이 심각한 상황을 빚은 게 어떻게 보면 도시재생이라는 신기루를 좇은 결과인 거다."젊은 사람도 올라가기 어려운 고개 끝에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정부와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이 놀이터를 짓는데 26억 9천만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했다. 영상취재=김성오.
Q. 도시재생 현장을 둘러보면 주민 생활과 동떨어진 건축물과 조형물이 종종 눈에 띈다.

"공공이라는 주체가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한계다. 공공은 사업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지역에 주입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한 시설을 애매한 위치에 짓는 게, 공공의 입장에서 어떤 시설을 지으면 사람의 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 행동은 공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공공의 입장에서 `이래야 해`라는 가치관, 계몽적인 시각을 지역에 담으려고 지나치게 노력한 부작용인 셈이다."

Q. 도시재생을 통한 상권 살리기도 효과가 없었다고 보나.

"국내 도시재생은 상권 살리기에 주력했다. 상업가로에 투자해서 지역 활성화를 노린 거다. 4~5년 지난 지금, 상업가로 활성화 전략을 통한 재생사업 성공사례는 거의 없다. 반짝 살아났다가 다시 쇠퇴한다. 길을 닦아주고 간판을 달아주는 이런 활동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 결국은 오가는 사람이 문제다. 상업가로가 살아나려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정부 지원이 없었으면 도태됐을 가게가 여전히 남아있으면 그 가로의 집객률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상업가로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정부의 지원이 임대료를 못 내는 상가주인에게 혜택은 줬겠지만, 상업가로 전체의 생명력·경쟁력은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돈은 많이 쏟아부었는데 말이다."

Q. 도시재생에 이미 많은 시간·비용이 투입됐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선택과 집중이다.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도시재생 사업을 계속 끌고 가는 건 매우 큰 부담이다. 지금까지 성과를 보지 못한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를 지금 선정된 사업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80~90%다. 그렇다면 만들어놓은 사업지를 계속 끌고 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절손을 해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서 몇 곳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

돈은 써버렸는데 성과는 없는 거다. 도시재생 과정을 보면 엄청 단계가 많다. 일반적인 도시개발 단계가 5단계라고 한다면, 도시재생은 10단계가 넘는다. 하나하나가 다 인건비로 사라지는 비용이다. 복잡한 단계가 필요한지도 사실 모르겠다. 효율적으로 추진되도록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사업을 냉정한 마음으로 선택해서 20~30%만 제대로 살리겠다, 이런 마음으로 가야지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기사: 도시재생 900억 혈세 쏟았는데…"마을버스도 못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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