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 뺏었으니 3000만원 내놔"…강간범 몰아간 예비신부 결국

입력 2026-07-05 09:46   수정 2026-07-05 10:28

"순결 뺏었으니 3000만원 내놔"…강간범 몰아간 예비신부 결국


결혼을 약속한 연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합의금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낸 30대 여성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김현지 판사)은 무고와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2년 5월 결혼 준비 대화였다. A씨는 공무원인 남자친구 B씨에게 "부모님에게 지금껏 드린 용돈을 모두 회수하고 결혼자금을 받아오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황당한 요구에 기가 질린 B씨는 이를 거절하고 A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약 3주 뒤 A씨는 B씨를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그는 "내 순결 뺏고 잠수탔으면 고소하기 전에 손해배상을 해라"면서 합의금 3,000만원을 내고 재교제하든지, 5,000만원을 주고 헤어지든지 택하라고 강요했다. 이어 "(성범죄) 고소 기록은 퇴직할 때까지 따라다닐 거야"라며 공직자 신분인 B씨를 몰아세웠다.

협박에 겁먹은 B씨는 혼인자금을 지급하겠다는 '결혼 이행각서'까지 쓰고 3,000여만원을 A씨에게 입금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B씨는 이후 변호사를 찾아가 A씨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듣고 혼인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공갈이나 명예훼손 해 봤자 난 안 잘리는데, 넌 (공무원이라서) 성 관련은 잘리거든"이라며 "기록도 평생 남고 면직되겠지"라고 또다시 협박했다.

참다못한 B씨가 고소하자 A씨는 '남자친구가 나를 강간했다'는 허위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는 것으로 맞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B씨의 상관에게 연락해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인사상 불이익까지 요구했다. B씨는 공직사회에서 '성범죄자'로 낙인찍혔고 직위해제 처분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법정에 선 A씨는 "실제 강간 피해를 봤다"며 "(돈을 요구한 부분은) B씨가 결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합의금을 준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긴 심리 끝에 두 사람의 통화 녹음과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허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는데도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을 고소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여러 차례 강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후로도 결혼을 전제로 연인 관계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이자 피무고자가 공무원 신분임을 이용해 성폭행 고소를 빌미로 돈을 갈취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고소한 사건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져 피해자에 대한 재판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내지 피해 복구 기회를 부여하고자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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