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연기금이 고른 ETF는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8-15 06:00   수정 2026-08-15 14:34

연기금, KODEX200 -4590억 순매도 코스닥150, TIGER +968억 KODEX +285억 반도체 'SOL AI반도체TOP2+' 톱픽 TIME 나스닥액티브 연기금 순매수

연기금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달라진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운용사 규모에 구애받기보다는 수수료율과 운용 성과에 따라 ETF를 선택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중소형 운용사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우수한 운용 역량을 증명한 상품의 경우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는 모습도 관측됐다.

● "같은 지수라면 수수료 싼 곳으로"

국내외 주요 지수를 공통적으로 추종하는 ETF에서 연기금의 매매 동향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연기금 매수·매도 결과를 살펴봤다. 코스피200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연기금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을 459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은 694억원 순매수했다. KODEX200은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이 2천만원 어치를 매수해 화제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 ETF다. 업계 1, 2위 운용사의 대표 상품임에도 연기금의 선택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최근 2년으로 넓혀보면 연기금의 KODEX200순매도 규모는 7084억원에 달한다. 최근 2년간 연기금이 전체 ETF에서 순매도한 금액이 총 902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액의 대부분이 KODEX200에 집중됐다.

'코스닥150' 상품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코스닥150은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150개 종목을 모아서 만든 지수다. 올해 연기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스닥150'을 18억원 사들이는 데 그쳤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코스닥150'은 968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2년으로 보면 KODEX는 285억원, TIGER는 1048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지수형 상품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을 밀어내고 연기금의 선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연기금이 국내 지수형 상품에서 TIGER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수수료로 분석된다. KODEX200 운용 보수는 0.15%, TIGER200은 0.05%다. 코스닥150 상품도 TIGER가 KODEX 대비 보수가 낮다.

어차피 똑같은 지수(코스피200·코스닥150)를 사용하는데다 대형 운용사의 대표 상품인 만큼 유동성 공급자(LP)도 풍부해 호가 공백도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운용사 브랜드보다는 수수료 차이가 투자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조 단위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입장에서는 0.1%P의 보수 차이도 수십억원의 격차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SOL, 반도체 테마서 의외의 존재감

지수형이 아닌 테마형 ETF에서도 연기금의 선택은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의 대표 반도체 지수인 'KRX 반도체'를 추종하는 상품을 살펴봤다.

해당 지수를 공통으로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KODEX 반도체'와 'TIGER 반도체'가 있다. 연기금은 반도체 ETF에서도 KODEX 상품보다 TIGER 상품을 더 많이 사들였다. 올해 연기금은 'KODEX 반도체'를 580억원 순매도했고 'TIGER 반도체'는 120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의외로 연기금의 집중적인 선택을 받은 곳은 신한자산운용(SOL)이었다. 신한운용은 올해 3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이고 SK스퀘어와 삼성전기 등을 편입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론칭했다.

해당 ETF는 패시브 상품임에도 코스피 지수를 월등히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연기금은 이 상품을 662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반도체 ETF에서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중소형 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ETF의 뚜렷한 특색 덕분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0.45%)을 감수하고서라도 연기금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 초과성과 입증되면 '액티브' 골라

나스닥100, S&P500 등 해외 지수 상품에서는 연기금의 KODEX와 TIGER 간 뚜렷한 선호도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두 운용사 모두 해당 지수 ETF의 보수를 0.006% 수준까지 낮춰 제로 수수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지수형 ETF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연기금이 '액티브 ETF'의 거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액티브 ETF는 기초 지수의 수익률을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유망 종목을 능동적으로 발굴해 시장 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미국나스닥100액티브'다. 연기금은 해당 상품이 비교 지수인 나스닥100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이어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 규모를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달 동안으로는 10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절대적인 매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대표 지수나 대형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연기금이 중소형사 상품 거래를 늘리는 것은 이례적이는 분석이다.

이는 연기금 역시 시장 지수 이상의 초과 수익을 내는 액티브 ETF의 운용 역량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직접 투자가 아닌 ETF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이라면 단순 지수추종형을 넘어 액티브형으로 투자를 늘리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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