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과 가뭄, 엘니뇨 등 이상기후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 따른 교역 차질까지 겹치면서 세계 식량가격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설탕 가격이 한 달 새 11.9% 급등한 가운데 곡물과 유지류, 육류,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르면서 세계 식량가격은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33.3으로 직전 달인 7월(130.8)보다 1.9% 상승했다. 7월 지수는 애초 131.1로 발표됐으나 이후 조정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5% 올랐으며 2022년 11월(135.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세계 식량가격 상승은 식량 시장 위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라며 "기후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 교역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공급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을 보이며 지난 4월 130.7까지 오른 뒤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7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8월에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160.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8월에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설탕 가격지수는 7월보다 11.9% 급등했다. 이상기후로 유럽연합(EU)의 사탕무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엘니뇨가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설탕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브라질의 설탕 생산량 감소와 인도의 원당 무관세 수입 허용 발표도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
곡물 가격지수는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7월보다 2.2% 상승했다. 수입 수요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작황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주요 교역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된 영향이다.
세계 밀 가격은 8월에 2.6% 상승해 1년 전보다 15.0%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흑해 수출 물류의 지속적인 차질과 고온·건조한 날씨에 따른 유럽 각지의 생산 전망 악화, 미국 달러화 약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옥수수 가격은 7월보다 2.5% 상승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수확량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EU의 생산 전망도 악화한 가운데 에탄올 및 사료 부문의 강한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농업 생산 투입재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의 수출 물류 차질도 옥수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쌀 가격지수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속적인 쌀 구매가 가격을 뒷받침하면서 0.5% 상승했다.
식물성 유지류 가격지수는 7월보다 1.1% 상승했다. 세계적인 수입 수요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엘니뇨와 관련된 기상 조건이 동남아시아의 생산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팜유와 대두유 가격이 상승한 것이 반영됐다.
반면 유채유와 해바라기유 가격은 내년 공급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소폭 하락했다.
육류 가격지수도 한 달 새 1.0% 상승했다. 가금류와 돼지고기, 양고기 가격이 모두 올랐다. 특히 EU 지역의 고온으로 가축 성장이 둔화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에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반면 소고기 국제 가격은 하락했다. 중국의 수입 쿼터제 시행으로 대체 시장을 확보하려는 브라질과 호주 수출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유제품 가격지수도 7월보다 2.3% 상승했다. EU에서 고온·건조한 날씨로 우유 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다.
FAO는 24개 품목의 국제 가격을 토대로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를 매달 산출한다.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다.
한편, FAO가 이날 함께 발표한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9억8천만t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대 수확량을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2.0% 감소했지만, 역대 2번째 수확량에 해당한다.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작황 전망이 악화하며 13억90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는 8억1천70만t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보다는 3.8% 적은 수준이지만,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에 해당한다.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5억5천310만t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