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건 안해" 파격 선언…'227만→141만원' 삼성전기 영향은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9-09 11:26   수정 2026-09-09 14:40

"돈 안되는건 안해" 파격 선언…'227만→141만원' 삼성전기 영향은 [B급기자의 B급리포트]

MLCC 잡아먹는 AI 서버 무라타 '범용 제품 수주 거절' 대만 야게오, 일본 다이요유덴 급등 삼성전기, 삼화콘덴서, 아모텍 등도 수혜
MLCC는 전자 기기에 투입돼 전력을 적절히 분산시켜주는 부품이다.
"돈 안 되는 범용은 안 받는다"

글로벌 1위 MLCC 제조사 무라타의 선별 수주 선언에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AI 서버가 막대한 양의 MLCC를 빨아들이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시장의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로 급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재고 부품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공장 가동률은 95%에 달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슈퍼사이클이 가시화되고 있다.

● MLCC, AI 서버 1대에 2만 8000개 투입


MLCC는 전자기기 내에서 전류가 불안정하게 흐르는 것을 막고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최근 MLCC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은 AI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일반 범용 서버 1대에는 MLCC가 1800개에~2500개가 탑재된다. 그러나 AI 서버 1대에는 2만 8000개의 MLCC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서버의 10배 이상이다.

나아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랙 단위로 보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시스템인 NVL72 랙 1대 기준으로 최대 60만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수량만 느는 것이 아니다. AI 서버의 핵심인 GPU는 연산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심한 전압 변동을 일으킨다. 이를 제어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GPU 주변에 고전압·고용량 MLCC를 빽빽하게 배치해야 한다. 가혹한 발열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하이엔드 MLCC가 AI 서버에 필수적인 이유다.

● 업계 1위 무라타의 결단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MLCC 점유율 1위 기업 무라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4일 대만 증시에서 무라타가 일반 IT기기에 들어가는 범용 MLCC의 신규 수주를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내용이 확산됐다. 기존에 수주한 물량의 납기도 내년 1월로 미루고 있다는 내용이 퍼졌다. MLCC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범용 제품보다는 마진율이 높은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는 구형 레거시 모델은 고객사에게 단종(EOL)을 통보하는 강수도 뒀다. 부품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의 고부가 MLCC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존 8~10주 수준에서 최근 20~26주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실제 이같은 소식이 퍼진 이후 MLCC 기업인 야게오의 주가는 4일 대만 증시에서 상한가(9.98%)를 기록했다. 같은날 일본 증시에서 다이요유덴은 6.42%,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기도 3.93% 올랐다. MLCC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시장 전반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 "AI는 이제 2회초"

이러한 MLCC 공급난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MLCC 야게오의 8월 연결매출은 163억 3200만TWD(약 6800억원)로 전월대비 1.2%, 전년동기대비 51.8% 급증하며 6개월 연속 월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8월 누적매출은 1150억 8500만TWD로 전년동기대비 34.9%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피에르 첸 야게오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AI 시장 발전은 2년 전 1회초에서 이제 막 2회초에 진입한 수십년짜리 구조적 대전환"이라며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GPU와 ASIC 기반 AI 서버 고객사를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야게오 전체 매출에서 AI 관련 비중은 16%를 넘어섰다.
글로벌 MLCC 공급 기업. 무라타가 업계 1위, 삼성전기는 2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 '공급자 우위' 올라탄 韓 밸류체인…227만원→141만원 삼성전기는

국내 MLCC 제조사 역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점유율 2위인 삼성전기는 무라타와 마찬가지로 AI서버용 초고용량 제품과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점유율은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1위 무라타(45%)를 바짝 추격하며 하이엔드 시장을 과점하는 중이다.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 6월 중순 227만원을 기록한 뒤 하반기 들어 조정을 거치며 현재 141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7월 말 기록한 저점(87만 9000원)에서 일부 반등에 성공했지만 과거 고점보다는 37% 낮은 수준이다. 이번 MLCC 공급 부족 현상에 힘입어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극적인 반전이 기대되는 곳은 중견 밸류체인 기업이다. 삼화콘덴서와 아모텍이 꼽힌다. 무라타 같은 선두권 기업이 하이엔드 라인에 집중하며 남겨둔 범용 MLCC 수요가 중소형사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지표들을 보면 MLCC 품귀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가늠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8월 글로벌 MLCC 재고는 한달 전보다 8% 줄어들며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비어가고 있다.

주요 부품사들의 '수주출하비율(B/B율)'도 1을 크게 웃돌고 있다. 1보다 크다는 것은 공장에서 밖으로 내보내는 부품보다 새로 들어오는 주문량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밀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해 고객사들을 줄 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공장 가동률은 이미 95% 수준으로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돌리는 상태다. 물건을 찍어내기 무섭게 팔려나가면서 공급 단가 역시 2023년 1월 이후 가장 비싼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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