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지방간 격차 확대…지방도시 오염 심각

입력 2018-03-09 07:00  

러시아, 수도·지방간 격차 확대…지방도시 오염 심각
다게스탄 주민 소득, 모스크바의 30% …생활비는 60%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지방도시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격차는 소득 수준 등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도시의 경우 기업활동을 우선한 결과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8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성장과 국민 생활 향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러시아 시베리아의 아친스크시. 인구 11만 명인 이 도시 교외에 있는 세계 유수의 알루미늄 메이커 루살이 운영하는 재료공장.
여러 개인 공장의 거대한 굴뚝들이 엄청난 양의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쾌청한 날씨로 푸른 하늘이 드러났지만, 공장에 가까워질수록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어두워진다. 공장에 접근하자 수십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컴해졌다.
현지의 한 주민은 아사히(朝日)신문에 "연기 때문에 암이 많다고들 한다"며 건강피해를 걱정했다.주민들이 개선을 요구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에는 5천명 이상이 서명했다.


루살사는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작년 순이익이 전년의 3.7배인 10억 달러(약 1조6천억 원)에 달했다. 이 공장 직원의 월급은 2만5천 루블(약 47만 원)로 도시 전체 평균 1만5천 루블(약 28만 원)보다 높지만 "공장 때문에 덕 보는 일은 별로 없다"며 분개하는 주민들이 많다. 사위가 이 공장에서 일하는 가리나 콘스탄티노프(45) 씨는 "사위의 월급은 늘지 않았다"면서 "공장은 공기를 오염시켜 놓고 돈은 모스크바로 가져간다"고 비난했다.
아친스크에서는 민가의 주택에서 나오는 연기도 대기 오염원이다. 가스가 아니라 석탄을 난방연료로 쓰기 때문이다. 공무원인 파벨 하르체프스키(27)는 겨울 한 철에 3t가량의 석탄을 쓴다. "가스를 쓰고 싶지만, 파이프라인이 부설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는 세계 유수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광역 가스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정부계 천연가스 최대 업체인 가스프롬은 중국과 유럽행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적극적이지만 광역 파이프라인에서 아친스크에 이르는 500㎞ 정도의 가스 송유관 연결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아친스크에서 160㎞ 떨어진 대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도 화력발전소와 공장들이 석탄을 대량으로 쓰고 있어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3월 시내에서 처음 열린 주민들의 항의집회에는 약 2천 명이 참가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주민으로 사업가인 이고리 슈페프(34)는 작년부터 독자적으로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러시아의 PM2.5 환경기준은 하루 35㎍ 이하, 순간 최대치 65㎍ 이하다.
러시아 자원·환경부는 "크라스노야르스크의 PM2.5는 환경기준을 초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슈페프는 "정부의 측정시설은 오염이 심한 곳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내가 측정한 바로는 단시간이지만 1천㎍을 초과한 날도 있다"고 말했다.
아친스크처럼 큰 공장이 있는 지방도시들이 기업활동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환경대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하수도 등 인프라 정비도 뒤떨어져 집밖에 구덩이를 파고 주위를 엉성하게 둘러막은 화장실도 많다.
러시아 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평균 급여는 모스크바시가 7만3천 루블인 데 비해 시베리아 알타이 지방과 북캅카스 다게스탄공화국은 2만 루블 정도로 모스크바의 30%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식비와 광열비 등을 포함한 표준생활비는 모스크바의 60%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아 지방에서의 생활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러시아는 원유가 약세와 서방의 경제제재로 경기침체가 이어져 왔으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프랑스보다 쾌적하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말해 자신의 경제정책에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아 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5% 증가해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인플레율도 2.5%로 크게 낮아졌다. 신차판매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2년 이내에 경제성장률이 3~3.5%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기회복은 원유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선 덕이다. 작년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오히려 1% 감소했다. 거의 전산업이 정체상태인 가운데 에너지 외에는 수출산업이 없는 취약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유력지 베도모스티는 "장기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수입을 늘리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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