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악장 출신 블라허 "6년간 경험서 많은 걸 배웠죠"

입력 2018-10-02 18:16  

베를린필 악장 출신 블라허 "6년간 경험서 많은 걸 배웠죠"
'아바도 시대' 악장 이후 솔리스트·교육자로 활약…4일 독주 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특징은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줬다는 것이죠. 그랬더니 단원들은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악보를 보게 됐습니다. 아바도는 오케스트라에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한 셈입니다."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악장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콜야 블라허(55)는 '아바도 시대'의 베를린 필을 이처럼 평가했다.
1993년 서른살 나이로 베를린 필 악장에 임용된 블라허는 1999년까지 6년간 오케스트라 생활을 했다. 악장 은퇴 후에도 아바도가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에 초청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눈빛만으로도 지휘자의 의도를 척척 파악했던 그에게는 '아바도의 페르소나'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오케스트라 활동 이후 솔리스트와 교육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오는 10월 4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 무대를 갖는다.
2일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블라허는 "6년 동안 베를린 필에 몸담았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 같은 경험이 독주자로서의 연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 깊은 유대를 맺었던 아바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최근 멜버른 심포니, 대만 필하모닉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휘자 없이 악장이자 협연자로 공연을 끌어가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아바도가 강조한 자율성 및 책임감과 연관된다.
"제가 최근 시도하는 이러한 스타일은 파트별 충분한 이해 및 연습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물론 리허설에선 제가 지휘자 역할을 하지만 본 공연에선 파트별 연주자들이 정확한 이해력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공연을 이끌어야 합니다. 처음엔 단원들이 이 같을 방식을 어려워하지만, 점점 실내악에서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죠."
그는 애초 솔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연주자다. "베를린필 악장을 맡았던 것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대신 한 도시에서 가정을 좀 더 돌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당시 둘째 아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6년간 경험 후 평생 이 직장을 다닐 것인지를 고민했고, 독주자로서의 활동을 더 하고 싶어 베를린 필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연주자이자 교육자로도 유명하다. 2009년 유럽 명문 중 하나인 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더욱 왕성한 연주와 교육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오케스트라 악장,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 교육자 중 어느 역할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를 묻는 말에 "모든 역할이 다 연관돼 있다"며 "모든 역할이 균형을 이뤄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 여성 악장으로 임용된 이지윤도 그의 제자다.
"제가 경험한 한국 학생들은 에너지들이 굉장합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로요.(웃음) 그러나 의욕 없는 학생들보다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한국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죠. 그 중 특히 이지윤은 에너지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난관이나 고난에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인 음악가입니다. 음악인으로서 초반엔 영감과 재능이 중요할 수 있지만, 최상위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나아가는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윤은 그러한 지점에서 큰 장점이 있죠."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1부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번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어지는 2부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곡들이 연주된다. 프랑스 감성이 짙게 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와 프렝켈 편곡 쿠르트 바일 '서푼짜리 오페라' 소품집 중 일부를 연주한다. 마지막으로 하이페츠 편곡 거슈윈 '포기와 베스'를 선보인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음악가로서의 최종 꿈을 물었다.
그는 "최종 목표라는 의미와는 다르지만 난 그저 배움과 발전을 멈추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특정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스스로 발전을 느끼는 자체가 행복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또 다른 지점은 작곡가가 말하고자 한 바를 관객에게 잘 전달했을 때죠. 이런 이유로 저는 오늘도 활을 들고, 연습하고,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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