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산증인 92세 오희옥 지사, 9개월째 투병

입력 2018-12-19 14:44   수정 2018-12-19 15:00

독립운동 산증인 92세 오희옥 지사, 9개월째 투병
3代 걸쳐 독립운동 투신한 '독립운동 명문가'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 '독립유공자의 집'은 9개월째 텅 비어 있다.


3·1절인 올 3월 1일 문을 연 독립유공자의 집은 용인시 공무원·시민의 성금, 해주오씨 종중의 땅 기부, 용인시 관내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하나로 합쳐져 용인지역 독립운동가인 오희옥(92) 지사를 위해 지은 집이다.
용인 원삼면 출신의 오 지사의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오지사에 이르기까지 3대(代)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 명문가다.
할아버지 오인수(1867∼1935) 의병장은 1905년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이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아버지 오광선(1896∼1967)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어머니 정현숙 지사와 언니인 오희영 지사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는 언니 오희영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현재까지 생존한 여성독립운동가는 오희옥, 유순희, 민영주 지사 등 3명이다.
수원보훈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오 지사가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언론인터뷰에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용인시와 시민, 기업, 해주오씨 종중이 힘을 모아 고향 원삼에 오 지사가 살 집을 지어주었다.
"여생을 고향 용인에서 보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남겨둔 오 지사는 그러나 보금자리가 마련된 지 보름여 만인 3월 17일 수원보훈아파트에서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해 9개월째 병마와 싸우고 있다.
현재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일 수는 있지만, 식사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다.
19일 오전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만난 오 지사는 휠체어에 앉아 큰딸 김미경씨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독립유공자의집 개소식에 참석해 "동포들이 목숨을 바쳐 독립만세운동을 한 3.1절에 아름다운 집이 완공돼 너무 감격스럽다.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주신 용인시민과 시에 감사하다"며 열심히 살겠다는 소감을 밝혔던 오 지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왼쪽 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을 꽂은 오 지사는 하루 수차례 재활치료를 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보다는 많이 호전됐지만, 식사를 못 하시고 말씀도 거의 하지 못한다"면서 "지사님이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녀 1남 중 막내딸을 제일 좋아한다는 오 지사는 딸과 용인의 집에 대해 큰딸이 얘기하자 눈을 깜빡거리고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 지사의 큰딸 미경 씨는 "어머니가 평소 '나라의 힘은 국민의 힘이고,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 모든 국민이 최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면서 "어머니를 위해 애써 주신 용인시민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이날 병원을 찾아 오 지사를 병문안했다.
백 시장은 오 지사의 손을 잡으며 "역사의 산증인이신 오 지사께 오래 사실 수 있도록 국가가 보필할 의무가 있다"면서 "빨리 나으셔서 용인의 집으로 돌아오세요, 약속하실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오 지사는 고개를 끄떡 끄덕하며 귀향 약속을 했다.
오 지사는 이어 간호사들이 "하트를 그려달라"고 하자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여 박수와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오 지사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보훈병원에 입원한 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8월 15일 오 지사를 위문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오 지사를 위문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고 그분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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