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임정 百주년](24) 그날의 함성 생생한 역사의 현장

입력 2019-02-11 06:00  

[3ㆍ1운동.임정 百주년](24) 그날의 함성 생생한 역사의 현장
탑골공원부터 시골 장터까지…전국의 3ㆍ1 만세운동 발자취



(전국종합=연합뉴스) 고종 황제의 인산일(因山日·국장일)을 이틀 앞둔 1919년 3월 1일 일제의 총칼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3·1 독립만세운동은 그해 3월부터 5월까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당시 인구의 10%가 넘는 200여만 명의 인원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일제가 이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엄청난 민족적 희생도 치렀다.
박은식이 쓴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석 달간 전국에서 1천500여 회의 만세 시위가 벌어졌으며 사망 7천509명, 부상 1만5천961명이라는 피해를 봤다고 기록돼 있다.
3·1 만세운동은 최남선이 기초하고 만해 한용운 선생이 공약 3장을 덧붙인 독립선언서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들불처럼 일어나게 됐다.
그날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전국 만세운동의 현장을 찾았다.


◇ 독립선언서 인쇄 보성사 터, 독립선언서 낭독한 태화관 터
독립선언서는 현재 서울 종로구 조계사 극락전 앞마당에 터만 남은 보성사에서 2월 27일 오후 5∼11시 2만1천장이 인쇄됐다.
보성사는 애초 고종 황제의 측근이던 이용익이 보성학교를 설립하면서 교재 출판을 위해 학교 내에 설치한 인쇄소였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1910년 천도교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종일 선생이 사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게 됐다.
민족대표 33인 중 29명은 3월 1일 오후 2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태화관(泰和館)에 모여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독립선언식을 거행했다.
현재는 터만 남은 태화관은 당시 유명 요릿집으로, 서울의 부호와 조선총독부 관리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 3·1운동의 진원지 '탑골공원'
당초 탑골공원에서 할 예정이었던 독립선언식이 태화관으로 갑자기 장소가 변경됐지만, 이 사실을 모른 학생과 시민 1천여명은 탑골공원으로 모여들었다.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지 30분 후에 학생 대표 강기덕이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가져와 오후 2시 30분께 탑골공원에서 선언문을 낭독했고, 이어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학생과 시민들은 태극기를 꺼내 들고 공원을 나서 동대문과 종로 방향으로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3시꼐 시위대는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집결해 다시 만세운동을 벌였으며, 즉석에서 독립연설회도 개최했다.
집회를 마친 일부 시위대는 고종의 유해가 모셔진 덕수궁 빈전(殯殿)에 들어가 조문했으며, 일부는 미국총영사관에 앞에서 만세를 불렀고, 다른 대열은 조선총독부를 향해 행진을 벌이다 일제와 대치했다.
마침 고종 황제의 인산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전국의 시민이 합류하며 군중은 수천 명으로 불어났으며 만세 시위는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
3·1 독립운동의 진원지인 탑골공원은 대한제국 때 조성한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10층 석탑이 있어 탑골공원으로 불렸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사들은 전국 각지로 독립선언서를 가지고 내려가 전국적인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 천안 아우내장터·군산 영명학교·8의사 충의탑·제주 미밋동산
충남 천안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은 3·1 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에 의해 시작됐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재학 중 남대문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독립선언서를 몰래 품에 넣어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와 조인원 선생 등 동네 어른들에게 서울의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4월 1일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조인원 선생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3천여 명의 군중은 헌병파견소로 시위행진을 벌였으며 일본 헌병의 무차별 사격으로 현장에서 19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또 유관순 열사 등 많은 인원이 체포됐다.
전북 군산은 한강 이남에서는 처음으로 만세운동이 벌어진 곳이다.
군산 3·5 만세운동은 영명학교 학생과 기독교 교인을 중심으로 모두 28차례에 걸쳐 연인원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일본 헌병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53명이 숨지고 72명이 실종됐다.
군산시는 지난해 6월 3·5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영명학교를 재현한 3층 규모(전체면적 969㎡)의 기념관을 건립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3월 28일과 4월 3일 '삼진의거'라 불리는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서울 시위에 참여했던 변상태 선생이 당시 창원군 진동·진북·진전면 등 3개 면의 인사들을 모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3천여 명이 일본 헌병에 맞서 시위를 벌이다 8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지산리에는 이때 순국한 8인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1963년 '8의사 창의탑'이 세워졌다.
제주시 조천읍에는 미밋동산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1919년 3월 21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조천만세운동의 무대가 된 곳이다.
서울휘문고보에 재학 중이던 김장환 선생이 서울에서 3·1 만세운동에 가담한 뒤 독립선언서를 가지고 3월 16일 귀향해 숙부인 김시범 선생 등과 함께 3월 21일부터 나흘간 4차례에 걸쳐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혈서와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 철원제일감리교회와 대구 만세운동길
근대문화유산 23호로 지정된 철원제일감리교회는 강원지역 만세운동의 함성이 뜨겁게 타올랐던 곳이다.
철원의 만세운동은 3월 10·11·18일에 일어났다. 박연서 목사를 중심으로 교회 청년들이 주도했다.
같은 해 8월 감옥에서 풀려난 박 목사 등은 항일단체 '철원애국단'을 조직해 이듬해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국내 독립운동 상황을 상하이 임시정부에 보고하고 임시정부에서 전달받은 문서를 국내에 배포하는 활동도 벌였다.
대구 중구 제일교회 담 옆에는 90개의 계단이 있는 오르막길이 있다.
대구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3월 8일 시위에 참여하려던 계성학교, 신명학교 학생들이 집결지인 서문 큰 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지름길이다.
당시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 학생들이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집결지로 이동하는 비밀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길은 현재 '3·1 만세운동길'로 부르고 있다.
90개 계단 주변 담에는 1900년대 초 대구 시내를 촬영한 사진과 3·1운동 사진이 전시돼 있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 일제 탄압의 상징 '서대문형무소'
들불처럼 번진 3·1 만세운동은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이어졌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투옥된 곳이다.
유관순 열사는 1919년 8월 공주감옥에서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된 뒤 일제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독립 만세'를 부르고 이듬해 3월 1일 1주년을 맞아 옥중 만세운동을 벌이다 그해 9월 28일 순국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에 의해 지어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감옥이다. '경성감옥'으로 출발해 1912년 서대문감옥으로 바뀐 뒤 1923년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다시 바뀌었다.
3·1 만세운동을 전후로 수감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일제는 옥사를 대대적으로 증축했다. 처음에 1천600㎡이던 면적이 1930년 30배 이상인 5만1천200㎡로 늘었다.
광복 이후에도 교도소, 구치소 역할을 했으며 1987년 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옮겨간 뒤 서대문독립공원이 됐다.
공원에는 1998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wy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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