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에 솜방망이 처벌…스페인 또 '시끌'

입력 2019-11-01 11:33  

14세 소녀 집단 성폭행범에 솜방망이 처벌…스페인 또 '시끌'
법원, '성적 학대' 적용해 가벼운 형량 선고…여성단체 "가부장적"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지난해 집단 성폭행범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던 스페인에서 또다시 '솜방망이' 판결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법원은 지난 30일 14세 여성 피해자에 대한 '성적 학대' 혐의로 5명의 남성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들에게 10~12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 15~20년 형을 받을 수 있어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행 혐의가 아닌 이보다 가벼운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법원은 가해자들이 사건 당시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또한, 성폭행이 아닌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또 다른 근거로 피해자가 마약과 알코올을 복용한 상태였다는 점을 들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법원은 "이들 남성은 폭력 또는 상대방에 대한 위협에 의지하지 않고 성행위를 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하고 모멸적인" 행위에 대한 보상비로 1만2천유로(약 1천500만원)를 지급할 것도 지시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10월 카탈루냐 북동부 만레사의 한 버려진 건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들은 당시 인근에서 열린 파티에서 14세 여성을 봤으며, 이 중 1명이 건물로 여성을 데려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나이를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인 16세로 알고 있었으며,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인 14세 여성은 지난 7월 열린 재판에서 당시 이들이 자신을 차례로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자신이 자세한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성폭행 장면은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선 당초 7명이 법정에 섰지만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2명은 제외됐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바르셀로나의 아다 콜라우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너무나 충격적"인 이번 판결은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콜라우 시장은 "나는 판사가 아니어서 그들이 몇 년을 감옥에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나는 이것이 (성적) 학대가 아니라 성폭행이라는 점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스페인에선 2016년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소위 '늑대 떼'라고 이름 붙인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올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이 사건을 다룬 1심과 2심에선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었다.
이에 스페인 대법원은 올해 6월에서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들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로 인한 파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나온 이번 판결로 스페인 사법부가 성폭행 가해자들을 과연 제대로 처벌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앞서 열린 재판에선 법정 밖에서 가해자를 공격하려는 피해자의 친척을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여성단체들도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페인 내 여성단체들은 모든 형태의 성폭행을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사법부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가부장 주의는 물론이고 성폭행범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가해자에게 강제로 시연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집단 성폭행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자 스페인 정부와 정당은 성폭력에 맞서 싸우고 가해자 여성의 재판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격 행위를 성폭행이 아닌 성적 학대로 정의하는 낡은 형법의 단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 나오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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