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중국 '반도체 자급'…20조원 프로젝트 좌초 위기

입력 2020-08-28 11:36   수정 2020-08-28 17:11

갈길 먼 중국 '반도체 자급'…20조원 프로젝트 좌초 위기
'중국 유일' 7나노미터 극자외선 장비는 빚 때문에 압류
반도체 외부 의존 중국 최대 '아킬레스건'…2025년 70% 자급 목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20조원이나 쏟아부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전면적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반도체 자급'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중국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28일 중국 업계에 따르면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최근 공개한 관내 경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런 '고백'이 사실상 HSMC가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을 뜻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7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을 목표로 한 HSMC는 지난 2017년 우한에서 설립됐다.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천280억 위안(약 22조원)에 달했다.
H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최고 기술자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금난 끝에 이 장비도 지금은 현지의 한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당국이 주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처럼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이 대규모 자금 투입만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자급 능력 부족이라는 최대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 중인 상황이어서 중국의 '아픔'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기술 전문 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HSMC의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십 년 전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그 시대 과학자들은 주판에 의지해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작은 반도체를 진정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우한시 정부의 중점 프로젝트인 HSMC가 문제를 만난 것은 중국이 힘을 다해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2025년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고자 함에도 전체적인 산업 발전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많은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인 화웨이(華爲)가 반도체 수급망을 와해하려는 미국의 제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줬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가 주도로 반도체 산업을 빠르게 키우는 데 그야말로 사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급률을 최소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SMIC(中芯國際) 등 여러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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